오늘은 노골적 아내 자랑. 아내는 나보다 나이가 네 살이 많다. 누나다. 나처럼 건강하고 빼어난 외모를 갖춘 어린 동생을 꾀어 살고 있으니 진정한 능력자다.

 우리 부부는 이름 대신 애칭을 쓴다. 만난 지 15일 만에 살림을 차렸는데, 몇 달 지나 아내는 나에게 ‘입으로’란 애칭을 붙였다. 집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입으로 다 시켜먹는다는 뜻이다. 아내는 내가 시키면 뭐든지 다 들어준다. 내가 새벽에 ‘갑자기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하면 새우로 육수를 우려낸 수제비를 한 솥 끓여 준다. 내가 ‘담배가 떨어졌으니 사다 달라’고 하면 한 겨울에도 근처 슈퍼에 가 담배를 사다 준다.

 아내는 누나답게 오대양 육대주보다 넓은 마음을 가졌다. 지난해 내게 ‘백일이’란 애칭을 새로 붙였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하니 백일 된 아기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나면 이전에는 "여보 식사하세요. 두 딸 밥 먹자"하더니 이제는 싸잡아 "얘들아 밥 먹자"한다. 나와 두 딸의 응석을 모두 받아주면서도 "자식 셋 키우기가 힘들다"며 연신 한숨을 내쉰다.

 나에 대한 아내의 신뢰는 완벽하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절반이 더 변한 현재까지도 알뜰살뜰 살림을 꾸릴 테니 걱정 말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란다. 아내의 말이 큰일을 도모하려면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뜻으로 제갈량에게 선물한 황 씨의 깃털부채보다 값지다. 굴곡을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나와 두 딸의 곁을 지켜준 지조. 수억 년 전 마그마가 식으며 생성된 화강암보다 더 굳다.

 오늘 아침 아내는 변함없이 머리카락에 입 바람을 불어가며 내 속옷과 겉옷, 손수건을 다림질하고 있다. 곧 수건을 들고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길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는 냉장고 위 칸에서 얼음이 든 비닐 팩을 꺼내 면도로 자극받은 내 얼굴을 진정시켜 줄 것이다.

 비가 올 때 내 곁을 지켜준 여자라면 무지개를 같이 볼 자격이 있는 여자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의 부부는 끼리끼리 만난다. 남자는 아내의 그릇만큼 성장한다. 나를 중요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아내여, 고맙소! 깨알 같은 아내 P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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