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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건태 경제부장

에둘러 말하고 싶지 않다. 입버릇처럼 틈만 나면 반복해 온 얘기다. 실업률 높은 인천의 노동수요와 인력수급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이제 흔한 잔소리로 들리나보다.

하지만 뜨는 ‘바이오산업’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당장이라도 인천에 아일랜드의 국영 바이오교육센터(NIBRT)와 같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꼭 해야겠다.

 거두절미하고 생떼 같은 주장부터 내뱉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천이 세계적인 바이오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란 부푼 기대와는 달리 대다수 시민들은 딱히 체감할 만한 실익을 얻지 못했다.

내달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9천억 원에 달하고,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셀트리온이 수 조 원대의 수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세계 시장규모는 200조 원, 연평균 10.9%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향후 10년 안에 우리나라 주력사업을 바꿔 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연매출 70조~80조 원으로 자동차와 반도체를 뛰어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노트7’로 낭패를 본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주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삼성은 송도에 18만L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춘 바이오로직스 3공장을 2018년까지 증설해 총 생산규모를 36만L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나란히 위치해 있는 셀트리온도 생산시설 규모를 현재 14만L에서 추가로 17만L를 늘려 국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선두주자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생산 규모만으로도 인천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도시가 된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 톱 10에 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줄줄이 인천에 자체 연구시설과 교육기관을 개설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의 머크(Merck)가 지난 6일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교육 훈련센터인 ‘엠랩(M Lab)’을 개소했고, 오는 25일에는 미국의 GE헬스케어가 엠랩과 유사한 성격의 교육훈련기관을 문 연다.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도 이곳 송도에 J랩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바이오제약사로부터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생산 공장의 경우 국내에 제대로 된 교육시설이 없어 단순 오퍼레이터(생산직)마저도 멀리 아일랜드까지 연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바이오와 관련 학과를 졸업한 신규 채용 인력도 까다로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에 투입되기까지 최소 6개월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전문 교육센터 건립을 희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NIBRT 경우 매년 4천여 명의 바이오 업계 종사자가 맞춤형 연수와 교육을 받고 있다. 2011년 740억 원을 들여 이 같은 바이오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한 아일랜드는 5년간 4조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반면 인천은 이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내년도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과정 교육지원 사업을 신청하려 했다가 이마저도 포기한 상태다.

이미 디자인산업에 이들 기관으로부터 교육·훈련비를 지원받고 있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국책사업으로 충북 오송에 바이오산업이 육성되고 있어 정부를 상대로 바이오 관련 예산을 끌어오기 힘들지 않겠냐는 자신감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송도에만 30개가 넘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업체들이 들어섰지만 이들 경제자유구역 내 바이오단지 조성과 업체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인천경제청의 바이오의약담당 직원은 팀장과 주무관 단 2명뿐이다.

 시쳇말로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묻고 싶다. 인구 300만의 ‘메가시티’가 된 것을 자랑만할 게 아니라, 청년 실업률 ‘디펜딩 챔피언’, 출산율 ‘꼴찌’의 불명예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송도)에 거의 무상으로 공장 부지를 내주고, 각종 세제 혜택까지 줘가며 유치해 온 바이오제약사들이 "이제 일터를 마련했으니, 일할 사람을 공급해 달라"고 아우성인데, 시와 관계당국은 여전히 먼 산만 쳐다보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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