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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회부장
벌써 1년 하고도 8개월이 훅 지나갔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스마트시티를 방문한 지가 지난해 3월이었으니 말이다. ‘두바이투자청 4조 원 투자유치 성사.’ 두바이를 다녀온 유 시장의 발표 내용이었다. 유 시장은 유치한 오일머니를 검단 ‘퓨처시티(스마트시티)’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검단 스마트시티 개발사업은 적어도 지난해 9월 삽질을 했어야만 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검단 스마트시티 개발사업은 감감 무소식이다. 4조 원은커녕 땡전 한 푼 들어오지 않았다.

 예견된 일이었다. 유 시장이 두바이에서 만났다고 한 외국인 투자자를 등에 업은 시행사가 이미 경기도 파주에서 사고(?)친 전력(前歷)이 있었던 탓이었다.

 파주는 2013년 6월 아랍에미리트 알 알리 홀딩그룹과 200만 달러 투자협약을 맺었다. 파주읍 백석리·봉암리·부곡리·파주리 등지 일원 372만㎡에 1조6천억 원을 들여 테마파크와 스마트시티 등 복합도시를 건설하자는 내용이었다.

 캐릭터 위주의 테마파크는 ‘페라리 월드’였고, 스마트시티는 IT와 방송 관련기업, 교육·연구기관의 클러스터였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복합도시 개발을 위해 2012년 5월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묶어 놓았다.

 ‘투자하겠다’고 한 외국인의 돈은 하세월이었다. 파주시는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하도 수상하자 두 말 않고 없던 일로 제쳐버렸다.

 광역자치단체인 인천시는 기초단체인 파주시가 폐기한 스마트시티 개발 계획을 전후 사정 검토도 없이 덥석 물었다.

 당시 시행사는 복합도시 건설사업을 파기하자 경기도와 파주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운운하며 법석을 떨 때였다.

 ‘검단스마트시티 개발 사업 무산.’ 두바이투자청과 합의각서를 맺은 뒤 10개월 만의 일이다. 검단스마트시티 건설사업(1단계 387만㎡·2단계 407만㎡·3단계 324만㎡)이 또다시 표류하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허탈감 차원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다. 2007년 6월 국토건설부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한 게 아무 것도 없는 인천시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그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시류에 얹혀서 그때그때 편한 대로 말 바꾸기를 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피로감이었다.

 그 모멸감의 크기는 더했다. 유 시장마저도 종전의 시장들의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자괴감이었다. 마치 외자유치만이 인천의 미래인 양 앞뒤 안 가리고 ‘된다, 다 됐다’를 외치지 안 했냐는 저항이다.

 인천 대다수 시민들은 유 시장의 두바이 출장을 놓고 ‘안 되는데…’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들도 이미 다 아는 ‘허구’를 놓고 눈 가리고 아옹식의 농단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인천 시민들은 정치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그리 미련하지 않다. 거짓과 진실을 혼동할 정도로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시민들은 20여 년간 외자유치의 허상에 대해 혹독하게 학습효과를 치렀다.

 그동안 400조 원에 가까운 외자유치의 대형 사업에 대한 회의감은 차고도 넘쳤다. 외자유치를 통한 대형 개발사업으로 표(票)를 얻고자 하는 정치인에게 쌍수 들고 환영할 인천시민들은 없다.

 유 시장이 진정 인천을 사랑하고 바로 알고자 한다면 대형 개발사업에 눈이 꽂혀서는 안 될 일이다.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과감히 털어버려야 할 마당이다. ‘언젠가 될 테지’하며 넋 놓고 있다가는 재정악화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이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대신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인천은 아직도 123곳 666만6천㎡의 정비예정 구역이 있다. 원도심권으로 밀려난 이곳 사람들의 소외감은 더할 나위 없이 처절하다. 대형 개발사업의 이익금을 풀어 서로 잘 살도록 하겠다는 따위 말은 이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혹세무민의 대형 개발사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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