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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自然(자연)은 스스로 自, 그러할 然이라 하여 스스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라 배웠고 배우의 연기나 표정이 자연스럽다고 하면 일종의 칭찬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자연은 스스로 알아서 하기에 그냥 가만히 두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나무를 심으면 알아서 자라고 산속의 숲은 알아서 더 크고 더 푸르러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의 나무와 숲, 자연에 대해 알아서 잘 크라고 한다. 물론 거기까지 신경을 쓰거나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인식에 부족함이 있어서는 아닌지 자문해 봤으면 좋겠다.

 200여 년 전 훔볼트와 다윈이 세계를 탐험할 때를 생각해보면 자연은 무궁무진하고 끝없이 찾아가야 하는 미지의 세계였고 지구의 대부분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원시 자연이었다. 그후 수많은 탐험가를 앞세운 인류는 지구 구석구석을 두발로 걸었고 거기에 인간의 기지(마을)를 건설했다. 지금은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연, 원시공간을 찾는 것이 손에 꼽힐 만큼 자연은 인간의 영향권 내에 들어와 있다.

 우연히 70년대 수봉산에서 진행된 식목일 행사 사진을 보게 됐는데, 수봉산 정상부와 산마루는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었다. 숲으로 이뤄진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아차하고 놀란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40∼50년 전 인천의 산은 수봉산처럼 대부분 민둥산이었을 것이다. 40∼50년 된 우리 도시숲은 푸르기는 한데 자연스러운가? 스스로 그러한가? 숲속의 흙을 파 보면 검은 유기물이 쌓인 층은 불과 몇 센티에 불과하고 바로 붉은 흙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외향은 푸르러졌지만 흙까지 풍성해질 만큼 나무가 잘 자라는 조건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숲에서 유기물이 공급될 방법은 낙엽이 지고 해마다 쌓이는 것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낙엽이 쌓이고 썩고 일부는 사라지고 이렇게 반복해서 몇 센티의 유기물층이 형성된 것이 우리 도시숲의 현재 모습이다.

 숲속의 나무들을 볼 때 우리가 1차로 목표했던 녹화, 푸른 산 만들기는 훌륭하게 달성했지만 그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도시숲의 다음 목표를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지난 40∼5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도시숲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어떤 나무로 수종을 바꾸고 어떻게 관리해야 미래 100년, 500년을 대비할 수 있을까? 그 답을 몰라 답답하다. 도시공원이나 녹지대의 나무들은 어떠한가? 그대로 두면 20m, 30m 이상 큰 키로 울창하게 자라줄까? 아니다. 지금 크기에서 고정되다시피 난쟁이 나무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면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 도시 구석구석에서 어렵게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아쉬움이 앞선다. 도시공원을 조성할 때 산흙에 퇴비를 조금 넣고 나무를 심는다. 산흙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유기물이 거의 없는 생땅일 때가 대부분이다. 생땅에 퇴비 1∼2포를 넣어 주는 것이 도시에 심어지는 나무들이 받는 보호의 전부일지 모른다. 도시의 나무는 여러모로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가로수는 더 어렵게 산다.

 도시의 습지와 하천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습지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메워지고 일부만 작은 규모로 남아 근근히 습지로 남아 있다. 그러한 습지가 자연성을 100% 유지하길 바라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하천도 직강화되고 하천폭이 크게 줄어 있다. 푸른 도시를 넘어 숲과 공원, 습지와 하천 등이 스스로 그러하기엔 여건이 너무 어렵다. 아니 애초부터 스스로 그러할 수 없는 조건이다. 도시의 숲과 공원, 습지, 하천 등이 인간에 의해 크게 변형돼 오늘에 왔기 때문에 도시의 건물과 시설물을 관리하듯, 도시의 자연에 대한 치밀하고 과학적인 관리기법을 연구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길만이 인공화된 자연이 좀더 자연스러워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물의 영장이 돼 버린 우리 인간이 가야할 어렵고 힘든 길을 우리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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