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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기 가평군수
2008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월-E’ 속 월-E는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이다.

 쓰레기 창고가 돼 버린 지구에 홀로 남겨진 월-E는 온갖 쓰레기를 쉼 없이 처리하지만 억겁의 시간이 걸려도 좀처럼 끝나지가 않을 것만 같다.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지구는 황폐한 공간이 돼 버렸고 인간들도 모두 떠났다.

 쓰레기로 황폐해진 지구. 우리가 쓰레기 문제와 환경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영화처럼 지구인들은 다른 행성을 찾아나서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평은 83%가 산림인 산림부군으로, 깨끗한 환경이라면 2위라도 서러울 수도권 대표 청정도시다. 그러나 매해 관광객 수가 늘어나다 보니 쓰레기 양 역시 그에 상응하게 늘어나고 있다. 여행객이 많은 주말의 쓰레기 양은 평일의 2배로 증가한다.

 관내 매립장은 이미 매립 폐기물로 가득 차 있다. 매립용량 45만7천t 중 76%를 넘어선 것이다. 현 추세로 매립하게 되면 2022년에는 매립지 사용이 종료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발생될 쓰레기 처리 문제가 턱밑까지 닿았다.

 하지만 매립지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매립지가 들어설 수도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주민들의 목소리가 차가워진다.

 일인불과이인지(一人不過二人智)라 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지혜를 모으면 답이 보이지 않던 것도 조금씩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한라시멘트와 가평이 폐기물 순환자원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민·관 협력으로 쓰레기 문제에 대한 혜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미 두 기관은 지난해 연간 5천400t의 생활쓰레기를 순환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해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올해 계약을 새롭게 하면서 폐기물 처리 대상을 소각용에서 모든 생활쓰레기로 확대하고 연간 처리물량도 약 4배가량 늘려 연간 2만1천400t으로 확대키로 했다.

 가평에서 발생된 생활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 보조연료로 이용토록 해 군의 쓰레기 처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매립되는 쓰레기 양을 없앨 수 있게 됐다.

 현재 2만t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니 지금만큼의 쓰레기가 배출된다면 향후 발생될 쓰레기뿐 아니라 오히려 매립돼 있던 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보다 쓰레기 양이 늘어난다고 예측해도 2022년 사용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매립지 사용기간이 50년이 더 길어진다. 여기에 더해 가평군이 소각로 조성에 들여야 할 예산도 약 100억 원 이상 아끼는 셈이 됐다.

 한라시멘트 측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소성로 보조연료인 폐기물 순환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시설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시멘트 제조단가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여 경제 사회적 비용을 저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관 협업으로 폐기물을 단순 매립하지 않고 자원화해 국가적인 정책인 자원순환도시로서도 앞서 실현해 가게 된 것이다.

 이제 ‘적어도 가평에서만’은 먼 미래에도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만이 홀로 남아 한줄기 초록식물을 찾아 헤매는 슬픈 도시가 아니라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조차도 사랑하는 이브와 사람들과 함께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행복한 청정 숲 도시를 상상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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