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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경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9조960억 원, 인천시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과 기금을 합한 내년도 재정규모다. 새해 예산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2015년에 39.9%까지 치솟았던 채무비율은 내년 말까지 25.5%, 2018년에는 20.3%까지 축소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의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사업의 변동은 있겠지만 전체 재정규모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까지 인천은 대형 개발사업들이 탄력을 받으면서 재정은 계속 확대일로였으나 그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는 인천에도 엄청난 타격을 줬다. 그러나 당시에는 재정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오히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재정상태가 양호한 인천시가 지방채 발행 등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였다.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 시급한 현안이 있었고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도시공사의 부채증가는 인천시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이러한 재정 확대와 그에 따른 부채문제는 2010년과 2014년에 실시됐던 2번의 지방선거(인천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돼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군·구 조정교부금이나 교육청 전출금 등 지급하지 못한 각종 법정 의무적 경비가 1조 원에 근접했고 공무원 인건비조차도 걱정할 상황이었다. 급기야 재정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아시안게임도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알짜배기인 터미널 부지와 송도 6·8공구, 북항 배후부지 등 매각 가능한 중요재산을 매각했지만 겨우 급한 불을 끄는 정도였다. 재정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재원조달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고 시의회에서는 재산매각의 타당성과 적정성 등을 따져 보자는 관련 조사특위가 구성되기도 했다. 지금도 경제자유구역청 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이관한 재산에 대해서는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시는 2015년 9월 세입확충, 세출관리 강화, 재정운영 시스템 개편,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2018년까지 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해는 한때 미부담 누적금액이 1조 원에 가까웠던 법정 의무적 경비가 전액 해소되고 7천억 원 이상을 상환해 부채 없는 부자도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불과 2년 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기 직전까지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재정 건전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논어, 공야장편)는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 하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러 가자 그는 이웃집에서 빌려다 주었다고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미생고는 큰 비가 오는데도 약속을 지킨다며 다리 밑에서 처자를 기다리다 죽었다는 미생지신의 인물로 알려졌다. 그가 식초를 빌리러 온 이웃에게 없는 식초를 이웃집에서 빌려다 준 것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남에게 빌려서까지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 것이다. 또 요왈편을 보면, 자장이 공자에게 "어떻게 정치에 종사할 수 있습니까?"하고 묻자 "다섯 가지 미덕을 존중하고 네 가지 악덕을 물리친다면 정치에 종사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다섯 가지 미덕 중 첫 번째가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백성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좇아 그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로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않는다"는 혜이불비(惠而不費)를 강조한 것이다.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었든 인천시는 과도한 부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도 있었지만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한때의 부채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부채해결의 모범사례를 넘어 하루빨리 부채 없는 부자도시로 전환되길 희망한다. 외형적 성장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을 개선하고 더욱 성숙한 도시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주민과 의회, 인천시 구성원 모두의 집단지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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