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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관광특별보좌관
최근 인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의 잰걸음이 숨 가빠 보인다. 이달 초 20년 넘게 반동강난 채로 방치돼 왔던 오성산 공원 조성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조사를 요청하는가 하면, 엊그제는 인천시와 함께 공항 주변지역 개발, 일자리 창출, 항공산업산학융합지구 조성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인천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기업이 인천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일단은 고맙고 환영한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첫 번째 아쉬움은 시기적 문제이다. 공항공사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인천시가 인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 중단을 결정하고 난 이후 본격화됐다. 현재 지방세 감면 중단과 관련한 조례 개정안은 지방세심의위원회를 통과해 다음 달 시의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기왕 할 것이라면 진작 했어야 할 일인 것을 하필이면 왜 이제 와서 새삼 부산을 떠는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두 번째는 규모의 문제이다. 지난 2001년 개항 이래 공항공사가 지금까지 감면 받은 세금은 총 1천6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시의 결정대로 지방세 감면 혜택이 중단되고, 2018년 제2여객터미널이 준공되면 공항공사는 800억 원가량의 지방세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단순히 계산해도 2천400억 원 이상이다. 그런데 지금 공사가 내놓은 계획들의 규모가 그에 버금가는 수준일까. 마지막으로는 접근방식의 문제다.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공항공사는 "인천공항 3단계 사업 등으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방세 감면이 중단될 경우 인천시와의 협력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만약 지방세 감면 혜택이 중단되면 기왕 맺은 협약이라도 백지화할 수 있다’는 협박성 표현으로 들리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 뿐일까.

같은 처지에 처한 인천항만공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사 측은 지방세 감면 철회 방침에 대해 타 지역 항만공사와의 형평성, 인천국제여객터미널 등의 대형사업 추진 등의 이유로 지방세 감면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방세 부과는 항만시설 사용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인천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 역시 다분한 으름장처럼 여겨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양 공사가 그동안 인천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하며 높이 치하한다. 특히 관광, 물류, 운송산업과 같은 분야의 공로는 가히 ‘혁혁’이라 표현해도 그리 과하지 않다. 인천의 도시 브랜드 가치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데도 일등공신 역할을 다해 왔음을 인천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와의 보다 긴밀한 협력,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사회공헌 등에 대해서는 인천과 인천시민의 입장에서 한 번쯤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인천 중구청에 근무하던 한 고위 공직자와 함께 했던 자리에서 공항공사와 항만공사를 지역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걔들(양 공사)은 지방 공무원쯤은 안중에도 없어"라는 지극히 자조적인 대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그게 인천과 양 공사 간의 현실이었다. 최근 들어 양 공사가 부쩍 자주 외치는 ‘상생과 협력’은 우리 사회 전반에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진정한 ‘상생과 협력’은 서로 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를 위해 먼저 희생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대를 하찮게 보거나 심지어 업신여기는 상황에서 외치는 상생과 협력은 말 그대로 구두선(口頭禪)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처럼 공항공사가 영종도와 신도·시도·모도, 나아가 장봉도까지 잇는 연륙교를 건설하고 항만공사가 수익성 문제로 민간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내항 재개발 사업의 기반시설비 일체를 책임지는 등의 ‘통 큰’ 정책적 결정을 내렸더라도 지금처럼 지방세를 ‘깎네, 마네’ 하는 시비가 일었을까? 희생과 배려에서 시작된 상생과 협력은 ‘진정성’으로 마무리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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