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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진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덕적도에서 나래호를 타고 문갑도 울도 지도 백아도를 거쳐 굴업도를 가다 보면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의 다채로운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각각의 섬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사람들은 자랑스레 이곳 덕적군도를 자신이 가 본 명승지와 비교하며 칭찬하기 바쁘다. 그 중에서도 문갑도를 지나면서 만나는 선갑도. 선갑도를 보면 누구나 카메라와 휴대전화 사진기를 들이대기 바쁘다.

 선갑도는 덕적군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 351.6m의 선갑산을 중심으로 섬 전체가 암석의 급경사 절벽으로 기암과 소사나무, 곰솔의 초록이 어우러져 한국화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마력을 지닌 섬이다. 또한 인천시의 연안도서 식생 조사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크기에 비해 오랜 기간 무인도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도서에 비해 인간의 간섭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자연 친화적인 연안 도서로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존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아름다움과 우뚝함, 그리고 식생의 다양함으로 선갑도는 하롱베이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덕적군도의 랜드마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이작도나 소이작도 사승봉도 등에서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선갑도는 인천 앞바다의 랜드마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갑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바로 그 바위 때문에 언제 사라질지 모를 위험에 처해 있다. 그 이유는 이 섬이 개인 소유이며 섬의 주인이 섬을 구성하고 있는 바위를 채굴해 팔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재 채굴허가를 주무관청에서 내주지 않고 있어 채굴문제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언제든 문제가 다시 불거질 여지가 남아 있다. 섬을 산 개인도 자신의 재산을 언제까지 묵혀 둘 수는 없는 일이며,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무한정 규제만을 계속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러한 딜레마-섬도 보호하고 개인의 재산권도 보호해야 하는 일-를 해결하는 방법을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시민의 모금이나 법을 통해 보호하고 유지해야 할 자연유산이나 건축물을 공공이 소유함으로써 사적 이익을 위해 훼손하거나 사라지지 않게 하고 하는 운동이다. 인천지역에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멸종위기 식물인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을 통해 선갑도 소유자의 재산권과 선갑도의 자연유산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을 시민만의 모금으로 가능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시민의 모금에 인천시 정부의 예산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 인천시는 행정감사에서 앞으로 10년간 인천 섬에 대해 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가치 재발견’의 중점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섬의 가치 재발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천시도 섬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으며, 선갑도가 갖고 있는 가치는 시 예산 집행에 대한 정당성을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는다.

 유엔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가 공통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로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서도 해양생태계 보전을 17개 목표 중 하나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유정복 시장이 시민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인천시민 주권선언 중 환경주권에서도 ‘천혜의 자연환경 인천 생태도시로 거듭나다’라는 항목에서 ‘생태관광 활성화’를 실행하는데 ‘인천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갑도를 시민과 시가 공유하는 방안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방안이면서 물밑에 잠겨 있는 채석장 문제가 더 이상 수면에 부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인천의 자연유산인 선갑도 보존을 위해 인천시민과 인천시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책의 집행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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