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인천시 남구 도화동의 한 구릉 위에 선인학원이 설립된다. 유치원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인천의 대표적인 학교 밀집지역이 된다. 제물포역 북광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상권이 발달하게 됐다. 이곳 주민들 역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장사나 하숙 등을 하면서 생활의 터전을 만들어 갔다. 2000년대 들어 도화동에는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인천시는 2003년 당시 시립이었던 인천대학교를 송도국제도시로 옮기고 이곳을 행정복합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이다. 원도심 재생사업의 모범적인 개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보인다. 2조6천188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이때 시작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대부분의 도시개발 및 도시재생사업은 중단됐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또한 수차례 계획 변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 SK컨소시엄의 사업 무산

시는 2006년 9월 20일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지구 개발사업자로 SK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한다. 당시 도화구역은 2조6천억 원의 사업비가 걸린 시공사 선정을 두고 대우건설 중심의 ‘뉴원힐즈 컨소시엄’과 SK건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컨소시엄’의 막판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인천대의 송도캠퍼스 조성까지 맡는 복합 프로젝트여서 경쟁은 더욱 뜨거웠다. 시는 이 중 SK건설을 중심으로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농협, 수협,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공동 시공사로 참여한 코로나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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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학교가 머물던 당시 도화지구 전경.
그해 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코로나개발은 2007년 초 도화구역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 이들은 재배치 사업이 진행되는 인천전문대를 중심으로 교육인프라가 조성된 ‘평생교육단지’, 녹지로 둘러싸인 ‘생태주거단지’, 문화·레저스포츠타운이 융합된 ‘복합문화단지’ 등 크게 세 가지 콘셉트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평생교육단지의 경우 공공 교육시설과 연계한 에듀 스트리트(전문학원가)와 민족사관학교 및 스쿨파크, 준주거지에 조성되는 에듀센터, 미디어센터 등 네 개의 축이 연결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도화구역과 인근 주민들의 생활편익,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동서와 남북의 교차형 ‘그린네트워크’도 계획했다.

그 뿐만 아니라 문화와 레저스포츠가 융합된 복합문화단지도 조성할 예정이었다. 아트센터와 게임단지 등이 들어서는 문화 앵커시설을 만들고 야외음악회, 퍼포먼스, 퍼레이드 등의 다목적 공간(메인 플라자)도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SK컨소시엄이 인천대 송도캠퍼스 이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천500억 원의 공사비를 증액하면서 무산 조짐을 보인다. 시가 SK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체결한 지 2년 만이다. 인천대 송도캠퍼스 이전사업은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의 일부로, SK컨소시엄은 도화구역 조성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인천대 이전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이 겹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도화구역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는 인천대 이전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게 민간사업자들의 주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2008년 이전 예정이었던 인천대 송도캠퍼스는 이듬해인 2009년 8월 31일이 돼서야 이전을 완료하게 된다.

인천대가 이전하면서 도화구역은 유령 도시로 변한다. 학생들로 북적댔던 제물포역 주변 상권은 하루아침에 붕괴됐다. 학생들의 하숙 또는 자취로 생활비를 보태던 인근 주민들도 덩달아 타격을 받게 됐다. 여기에 도화구역 내에 있던 주민들은 1년이 지나도록 보상을 받지 못하고 정신적·물적 피해를 입게 된다.

결국 SK컨소시엄이 시와 약속한 최종 시한까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하지 못하자 인천시는 2009년 11월 4일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한다. 사업은 도시개발공사가 맡아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 시장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행정

안상수 시장이 시작한 도화구역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 당시 시는 이곳에 앵커시설로 제2의 행정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었다. 시 산하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와 도시개발공사, 시설관리공단, 인천관광공사, 인천발전연구원 등 5개 기관을 인천전문대 부지 2만3천여㎡에 집적시키면 행정의 효율성은 물론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도화구역 밑그림은 2010년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면서 달라진다. 송 시장은 지방선거 공약으로 도화구역이 아닌 서구 루원시티에 행정타운 조성계획을 제시했다. 개발이 지지부진한 루원시티로 행정타운을 이전해 원도심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도화구역에는 시교육청과 중앙도서관을 이전 배치해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인천대학교 부지를 발전시키겠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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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이 진행중인 현재와 인천대학교 건물 발파 모습.
이 같은 구상은 곧바로 지역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발을 산다. 결국 임기 시작 수개월 만에 공약을 뒤집고 원래대로 도화구역에 행정타운을 조성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다. 교육청의 도화구역 이전 역시 루원시티의 앵커시설 중 하나로 되돌려졌다. 송 시장은 당초 계획했던 5개의 시 산하기관 중 상수도사업본부만 이전시키는 대신 지역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만든다. 2011년까지 도화구역에 인천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목표로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지만, 용현·학익지구 조성계획과 겹치면서 사업은 흐지부지된다. 이후 중국 자본 유치를 통한 물류단지 조성계획도 제시됐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역시 무산된다.

# 도화구역의 현재

도화구역은 현재 매각 대상 부지의 99%가 판매됐다. 토지 매각률만 보면 매우 뛰어난 성과다. 하지만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쾌적한 정주환경을 조성하는 등 원도심 재생사업의 모범적인 개발 모델을 제시하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대부분 주거·상업시설 등을 통한 수익사업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현재 도화구역에 조성됐거나 추진되는 사업은 ▶인천지방합동청사 ▶행정타운 ▶제물포스마트타운(JST) ▶청운대 유치 ▶공공임대주택 및 뉴스테이 건설 등이다. 행정타운과 JST는 2014년 준공 및 입주해 시 상수도사업본부와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송영길 시장 재임 시절인 2011년 도화구역 조성계획을 변경해 기존 인천대 본관 건물을 청운대학교 인천캠퍼스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개교한 청운대 인천캠퍼스에는 현재 약 1천50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또한 인천보훈지청과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지방해양안전심판원,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인천남구선관위 등 인천 지역 6개 정부기관이 입주하게 될 인천지방합동청사는 2018년 준공해 2019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도 예산이 목표액보다 삭감되면서 사업 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준공공임대주택 리츠 사업으로 진행되는 4블록 ‘누구나 집’은 11월부터 520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5블록과 6블록에 추진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은 공사가 완료되는 2018년부터 2천여 가구의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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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재생사업인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지구인 제물포역 북광장 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이처럼 도화구역은 행정기관과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느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시가 당초 대단하게 떠들었던 교육과 생태, 문화도시는 찾아볼 수 없고 행정기관 몇 곳에 대부분이 아파트만 들어선 상황"이라며 "더욱이 도화구역은 현재도 도로가 좁아 상습 정체 구역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11월부터 누구나 집 입주가 시작되면 ‘교통지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미경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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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구역은 사업계획이 수차례 변경됐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상의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보상비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개발만 하겠다는 것은 칼만 안 들었지 시민들의 재산을 날로 빼앗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았죠."

 인천대학교의 송도 이전 당시 제물포 뒷역에서 상가를 운영하던 최미경(48·사진)씨의 토로다.

 최 씨는 2004년부터 제물포 북광장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인천대가 송도로 이사 가기 전까지는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2009년 8월 말 인천대가 송도캠퍼스로 이전을 완료한 후 도저히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겨 거리로 나왔다.

 "인천대가 있을 때는 제물포 뒷역 먹자골목마다 학생들이 밀려 다닐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이사 가고 나니 상인들만 거리에 나앉게 된 거죠. 사람이 없으니 영업을 할 수 없던 거예요. 거리에는 애들이 버린 고양이와 강아지만 있었죠. 도시가 완전히 슬럼화된 겁니다."

 인천대 학생을 주 손님으로 하던 제물포 북광장 인근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인천대가 송도로 간 이후에는 쓰레기만 남았죠. 인천대 주변이 온통 쓰레기 더미였어요. 폐자재를 비롯해 학생들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에 주민들이 남겨졌죠. 이 동네 주민 대부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은 장사 아니면 하숙을 치며 생활했어요. 거의 60~70대 노인들이죠."

 시가 도시개발을 진행하면서 먼저 주민 보상을 끝내고 이주·생활대책을 마련한 뒤 인천대를 이전시켰어야 하는데, 주민 생활의 거점부터 없애 버리니 도시가 공황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도화구역이나 요즘의 검단스마트시티나 마찬가지예요. 단체장들이 바뀌면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기존 해 왔던 것들을 뒤엎는 거죠. 사업을 변경하려면 동네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먼저 해야지요. 시장이라고 막 바꾸면 되겠습니까? 내 집을 팔아도 그렇게는 안 합니다."

 사업의 연속성도 문제지만 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도화구역에는 도시개발의 여파로 힘든 분들이 많아요. 나중에 국민권익위 조정을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하는 임대주택에 어르신 200여 가구가 들어가긴 했지만, 보상 협상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주민과 함께 협의하고 지속성 있게 하길 바랍니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추진 과정

2005. 09 :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인천도시개발공사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기본협약 체결
2006. 05 : 도화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제2006-91호)
2006. 06 : 도화구역 민간사업시행자 공모(인천도시개발공사)
2006. 09 : SK건설 컨소시엄 민간사업자 선정
2006. 10 : 인천도시개발공사와 SK건설 컨소시엄 사업협약 체결
2006. 12 : 특수목적법인(SPC) 코로나개발 및 AMC(메트로코로나) 설립
2007. 09 : 보상계획 및 열람 공고
2007. 10 : 개발계획변경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
2008. 03 : 인천도시개발공사, SK건설 컨소시엄, SPC 세부협약 체결
2008. 12 : 개발계획변경 및 실시계획인가 보완 접수
2009. 03 : 인천도시개발공사, SK건설 컨소시엄, SPC 사업협약 변경
2009. 07 : AMC, 공사에 PF대출 추진계획 제출(2009년 9월 중으로 시급한 자금조달 및 10월 중 PF 대출 실행)
2009. 08 : 인천대 송도캠퍼스 이전 완료
2009. 09 : 1차 개발계획 결정(변경)고시(제2009-297호)
2009. 07~10 : 인천시, PF 실행 촉구 및 불가 시 사업협약 해지 절차이행 불가피 수차례 통보
2009. 11 : 공사, SPC와 SK건설 컨소시엄에 사업협약 해지 통보
2011. 11 : 행정타운 및 JST 반영한 2차 개발계획(변경) 승인
2012. 06 : 청운대 반영한 3차 개발계획(변경) 승인
2013. 07 : 4차 개발계획(변경)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
2013. 11 : 5차 개발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인천정부지방합동청사)
2014. 02 : 단지조성공사 착공
2014. 06 : 누구나 집(4BL) 공사 착공
2015. 03 : 사유지 철거공사 준공
2015. 04 : 6차 개발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기업형 임대주택사업 등 반영)
2015. 08 : 뉴스테이(5·6BL) 공사 착공
2015. 11 : 7차 개발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특수학교 등 반영)
2016. 08 : 8차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사업기간 연장 등 반영)
2016. 11 : 누구나 집 입주(예정)
2016. 12 : 인천정부지방합동청사 공사 착공(예정)
2017. 12 : 단지조성 및 조경공사 준공(예정)
2018. 02 : 뉴스테이 입주(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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