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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태영 수원시장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어린 시절, 겨울철 이맘때면 늘 달달 외우고, 또 가슴팍에 강조문구를 명찰처럼 달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국민안전처의 통계에 의하면 불은 11월보다는 2~3월에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왜 11월이 불조심 강조의 달이 되었을까? 11월이 불조심 강조의 달이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요즘이야 가스나 전기로 난방을 하지만 옛날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 겨울을 나곤 했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시기가 11월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항상 11월부터는 ‘불조심’을 강조해야만 했었다.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장작은 좋은 땔감이 될 뿐만 아니라 불이 순식간에 번지기 때문에 발화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물질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잘 타오르는 땔감으로 겨울을 보내야 하니, 11월부터 불조심을 각성하고 또 각성해야 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지역에서 ‘화재경보기’가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킨 사례가 있다. 지난 10월 초 늦은 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안방에서 잠자던 노인은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그는 가스레인지가 켜진 부엌에 연기가 가득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늦은 밤이라 하마터면 큰 불로 자칫 안타까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화재경보기가 화재 예방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체 화재 건수는 4만2천500건으로, 모두 29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중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 주택 화재는 7천703건, 사망자는 145명이나 된다고 한다. 전체 화재 사망자의 절반가량인 49%를 차지한다. 소방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 화재 대부분이 심야 취침 시간대에 발생해 불이 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탓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권선구의 한 주택처럼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어 있다면 재산피해와 인명사고를 최소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화재경보기는 열기 또는 연기로 화재를 감지하면 자체에 내장된 전원으로 음향장치를 작동해 경보음을 울려 신속한 대피를 돕는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설치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운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화재경보기를 보급한 해외 선진국에서는 주택 화재 사망자를 크게 줄였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77년에 가구 내 기초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보급률이 96%나 되며, 주택화재 사망자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영국도 1991년부터, 이웃 나라인 일본도 2004년부터 주택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법 시행 3년이 지난 지금에도 화재경보기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민의 관심도가 낮아서 주택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자나 깨나 불조심."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허전하다. 그저 조심만 하면 불을 피할 수 있는 것인지, 강조만 하면 불조심은 저절로 되는 것인지 말이다. 자발적인 화재경보기 설치라는 작은 실천이 선행될 때 ‘자나 깨나 불조심’은 완성되는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자.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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