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jpg
▲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2016년 겨울, 조류독감(AI)이 발생해 서울대공원에 있던 원앙새와 황새가 일부 폐사했다고 하고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빵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농업 관련 중앙부서에서 주도하는 대책반에서는 철새들의 분변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되므로 철새가 원인이며 철새 이동으로 전국적인 확산이 진행된다고 한다. 반면 조류학자들은 축산분야의 밀집사육에 따른 불량한 축산 환경이 원인일거라고 주장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악화돼 왔다.

 비전문가인 내가 볼 때 두 가지 모두에 원인이 있을 것이니 모든 대책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졌는데 한쪽에만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대책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은 실감하지 못하지만 조류독감 현장에서는 매일 매일 수천, 수만의 동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은 동물까지 살처분되고 있는 전쟁 같은 무서운 상황이 매일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픈 현실이 지난 수년간 반복에 반복을 더하고 있다. 이것이 도시라는 거대한 인간사회를 아래로부터 받치고 있는 동물사회의 현실인지 모른다. 소, 돼지, 닭, 오리 등 수많은 가축들의 비참한 현실 위에 도시라는 인간사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맘이 편치 않다.

 사실 며칠 전에 나의 사랑하는 두 딸이 독감에 걸렸다. 5∼6년 전에도 신종플루에 걸려 급박한 상황을 경험한지라 독감에 걸리자마자 타미플루라는 약을 처방받고 일주일 만에 나았다. 내가 아는 덩치 좋은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도 며칠 전 만났는데 독감에 걸렸다며 마스크를 쓰고는 내 앞에서 기침을 하셨다.

 인간의 감기는 심해지면 독감, 어려운 바이러스면 신종플루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감기라는 것으로 크게 분류되는가 보다. 그렇다면 동물, 특히 새가 걸린 조류독감 역시 감기의 일종인 것이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과 오리가 발견되면 주변의 멀쩡한 닭과 오리도 살처분되는데 이런 상황을 인간사회에 대비해보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상상을 하다가도 생각의 문을 닫아야 할 만큼 무서운 일이다.

 감기에 걸리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가족이나 이웃 간 전파되지 않도록 노력하듯이 가축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사육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사회의 상부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인간사회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더 비싼 가격에 기꺼이 구매하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자본주의 가격결정 구조에 우리의 먹거리를 맡겨 두는 것이 현명한지도 재검토돼야 한다.

 생태학의 기본 가설 중에 수용력이라는 말이 있다. 생명체는 환경의 수용력 안에서 번성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면 숫자가 줄어들거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좋은 인간은 수용력이라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거나 그 한계를 뛰어넘어 왔다. 인구증가로 도시가 오물로 넘쳐나고 전염병이 만연해 더 이상 도시에 살 수 없어지자 대대적인 상하수도 개발을 통해 오늘의 거대도시가 탄생했고 도시로 밀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고층건물 기술을 발전시켜 마천루 도시를 만들어 왔다. 도시에서 우리는 수용력이라는 도전과제를 상하수도, 고층건물, 자동차, 농업혁명 등을 통해 이겨내고 오늘의 찬란한 문명을 이루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여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미래, 찬란한 미래로 가기 전에 오늘 우리에게 제시된 수많은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쪽은 4차 산업혁명의 긍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른 한쪽은 부정을 완화시키고 해결해서 우리 문명이 사상누각이 되지 않고 기초가 튼튼해질 수 있게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조류독감과 아이들의 독감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가 발전을 향한 성장통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싶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