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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

북한의 김정은은 지난 1일 오후 12시 30분(평양시간 12시) 검은색 인민복을 입었던 예년과는 달리 짙은 남색의 양복차림으로 조선중앙TV에서 육성 신년사를 낭독했다. 이 신년사 낭독 장면에서는 총 210장의 사진도 함께 선보였는데, 그 모두가 김정은의 치적(治積)과 관련된 것으로 28분여가 소요됐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그 내용에서는 괄목할 만한 정책변화가 거의 없는 ‘나홀로 식’의 2016년 평가와 2017년 각 부문별 정책 제시가 주종을 이뤘을 뿐이다. 즉 지난 2016년을 "당과 조국의 역사에서 특기할 혁명적 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주요 성과로 "동방의 핵강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시험발사 마감단계 진입, 분야별 70일 및 200일 전투 성과, 함북 수해복구의 기적적 승리"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맞이한 2017년의 의미를 "당 7차대회 결정관철에의 획기적 전진"으로 규정하면서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는 투쟁구호를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특이한 것이 있다면 우선 ‘수령(首領)의 무오류성’을 벗어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스스로의 능력부족을 자인한 점이다. 이는 자신이 수행한 여러 정책과 관련한 실적부진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고자 하는, 배수지진(背水之陣) 차원의 언급이자 이를 계기로 ‘인민중시’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어 대중적 지지기반을 도모하려는 저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핵관련 언급을 자제했었지만, 이번에는 ‘내 놓고’ 핵무력 강화를 강조한 점이라 하겠다. 즉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이뤄진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점과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책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을 강조함으로써 핵 및 미사일도발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정치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전례를 깨고 ‘탄핵, 촛불정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즉 "지난해의 남조선 내 전민항쟁은 보수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단언하는 가운데 "박00와 같은 반통일 사대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박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명함으로써 ‘전한반도의 공산화혁명’ 달성을 위한 적화야욕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냈다.

 이 밖에도 미국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원론수준의 기존 주장을 반복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 그리고 핵-경제 병진정책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경제분야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간 점 등을 지적할 수 있겠다.

 결국 이번 2017년 신년사의 내용은 지난해 열렸던 제7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여러 가지 결정을 관철하려는 의지만을 표출했을 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대안이나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동방의 핵강국, ICBM 시험발사 마감 단계 진입, 핵능력 고도화 지속 추진 의사 표명" 등 키워드만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향후 북한의 행보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우리의 대통령선거 등 대내외 여건의 변화에 부응해 그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나, 북한 당국이 직면하고 있는 인권탄압, 핵무기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문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중요한 정책 변화를 초래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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