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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신 강화군 수산녹지과장
우리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지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천년고도 경주를 다녀온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삼국시대 신라의 왕도였던 경주는 우리 강화와 더불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통하는 대표적 역사문화의 고장이다. 그리고 그 역사문화유적을 자산으로 관광산업을 이끌어가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경주에 산재해 있는 신라의 천년 문화유산이 웅장하고 화려하기는 하다. 불국사나 석굴암처럼 인지도가 높은 문화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화에는 경주가 갖고 있지 못한 관광자원이 즐비하지 않은 가.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고조선의 신화가 전해지는 참성단이 있고, 선사시대의 고인돌유적이 있다. 중원과의 외교통상 루트가 있고, 고금상정예문과 팔만대장경 같은 찬란한 고려역사문화가 있다. 오천 년 국난극복의 현장이기도 하고, 한반도 최초로 서양세력과 충돌한 격전의 현장이 강화도인 것이다.

 강화에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드넓은 갯벌과 30여 개의 오밀조밀한 섬을 품고 있는 바다가 있고,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풍경이 있고 그 노을을 가르는 철새도래지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강화의 관광산업이 경주의 그것을 능가할 수 있는 경쟁력일 것이다. 그런데 왜 강화의 관광상업이 경주와 비교되는 것일까. 고민 끝에 얻은 해답이 문화유산에 덧칠해진 이야기의 가짓수에 따라 관광산업의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경주는 1280년대에 편찬된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수많은 이야기의 중심무대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 ‘경주 남산에서 돌멩이 한 개를 굴리면 열 개의 이야기가 따라 구른다’ 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더욱 부러운 것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여행자의 발목을 붙들어 매는 재주가 있어 하루 이틀은 머물다 가게 하는 실속까지 챙겨준다는 것이다.

 내가 공직생활을 하는 가운데 2015년 주말을 이용해 강화도 전역을 답사하면서 ‘강화나들길」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책으로 엮어낸 까닭도 나들길을 경주 남산처럼 재미있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개발하려는 욕구였다. 강화해협은 넓고 기름진 갯벌과 아름다운 섬들을 오종종하게 품고 있는 천혜의 해양관광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 개의 큰 강줄기가 합쳐지는 일명 삼수합지, 합강오름의 특이한 지형으로 바다생물들의 먹이가 풍부하고, 하구에 둑을 쌓지 않아 생태환경이 가장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과는 최근접 거리에 있어 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강화만의 볼거리일 것이다.

 이러한 강화해협의 진수를 널리 알려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으로 엮는 작업을 추진하게 됐는데 섬과 항 포구의 생성 과정에서부터 어촌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낚시 포인트, 낙조명소, 지역특산물, 향토음식 등 온갖 풍경을 맛깔스럽게 소개해 강화의 바다와 섬 관광객 유치의 견인차로 삼고자 2017년 「보물섬 강화 이야기」를 강화군 발행으로 추진하게 됐다. 그리고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가 선포되는 내년에는 산과 숲길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 스토리노믹스(Storinomics)라고 하는 이야기관광산업의 기틀을 다져볼 계획이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무기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기 전에 이야기부터 만든다’고 하는데, 그러한 그들의 전통문화가 프랑스 요리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이야기산업의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미디어 정보화 사회가 전 세계를 광범위하게 지배하면서 이야기 관광산업이 대중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행히 아름다운 섬과 바다가 있고, 오천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장구한 역사가 만들어낸 숱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달그락거리는 강화도야말로 이야기자원의 보물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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