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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관광특별보좌관
1960년 미국 미시간대의 제롬 메카시(McCarthy) 교수는 「Basic Marketing : A Managerial Approach」란 제하의 문제적 저서를 출간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기업이 목표 고객들의 필요(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4P믹스(mix)다. 4P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경로(place), 촉진(promotion)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경영자가 통제 가능한 수단들을 지칭한다. 메카시 교수는 그들 네 가지 수단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잘 섞어(mix) 전략적 조합을 이뤄야만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만족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현대마케팅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필립 코틀러(Kotler)박사에 의해 계승 발전됐고, 6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학계와 업계 공히 가장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굳이 ‘문제적’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것은 바로 그런 역사적, 학문적 가치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만 기업도 사업을 하다 보면 숱한 문제점에 직면하고 실패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그것을 만회하고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인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마케팅 믹스 이론은 그런 원인진단에 있어서도 매우 유효하게 작용한다. 최근 인천의 걱정거리 중 하나로 떠 오른 인천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선(船)의 운항 취소사태 역시 마케팅 믹스의 관점으로 그 원인을 따져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 모항 크루즈 사업은 국내의 한 여행사와 인천시, 인천항만공사 등이 협력해 추진해 왔다. 주관사는 2015년 12월 3일 이탈리아의 코스타사와 11만t급 ‘세레나(Serena)’호의 전세선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모객을 시작했다. 인천에서 출발해 상하이, 가고시마 등을 6박 7일간 운항하는 일정으로 가격은 200만 원에서 300만 원대였다. 그런데 주관사는 출항 하루 전에 모든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모객 부진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가 그 이유였다. 적어도 3천 명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천195명 유치에 그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크루즈라는 상품 자체의 한계 또는 문제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크루즈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종의 ‘미탐색품’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그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탐색품은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단 두 달간의 모객 기간은 너무 짧았다.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주요한 도구인 촉진 활동도 부실했다. 출항지인 인천의 시민들조차 이런 상품이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가격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출항일은 다가오는데 모객이 부진하다보니 주관사는 소위 ‘덤핑(dumping)’을 시작했다. 200만 원짜리 상품을 40만 원까지 깎은 것이다. 고객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 덤핑 제품은 ‘싸구려’라고 인식하기 쉽다. 이미 정가를 주고 구매한 고객들은 불만을 품게 마련이다. 더구나 일단 출발하고 나면 환불도 어려운 관광상품이라면 가격민감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인데, 주관사는 이를 간과한 것이다. 유통경로도 문제였다. 이 사업의 주관사는 지난해 8월 갓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경험도 일천하고 자본도 넉넉지 않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 회사가 용선료만 60억 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지 않았나 싶다.

 크루즈 사업은 만약 첫 번째 시도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장래의 성장가망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규모의 기업이 해야 마땅하다. 과거 롯데관광 같은 대기업도 쓴맛을 보았던 사업이 크루즈다. 결국 인천 모항 크루즈 사업은 성공의 필수요건인 4P를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버틸 여력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된 민간사업자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자사(自社) 분석에 소홀했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이었다. 물론 시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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