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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최근 한반도의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다. 시리아에 대한 응징으로 고무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적 응징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을 펼칠 태세다. 미국은 ‘바다의 요새’로 불리는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등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사태의 긴박함은 외국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10일자 보도에 의하면, 자민당 내 대표적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몇만 명의 (일본)동포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문제다"라며 대비태세 강화를 주장했다. 중국의 환구시보 10일자는 ‘북한이 제2의 시리아가 될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이 시리아 공습작전을 북한에도 적용한다면 효과도 제한적이고 리스크도 크다"면서 "북한의 1천여 개 화포와 다수의 미사일이 한국의 서울지역을 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상징적 타격’을 가하면 서울이 재앙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미군 항모전단의 증강에 대해 예상치 못한 북한의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중국의 전문가들도 우발적인 전쟁 발발을 우려한다. 그들은 "작은 오산이나 사고가 한반도에 전쟁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한반도 인근에 항모전단까지 배치돼 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중국도 자국 보호를 위한 군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0일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대결로 이끌 가능성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이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은 상존한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공공연히 ‘선제타격’, ‘참수작전’,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더욱 자극해 비이성적 방향으로 몰아가는 등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게 되면 이는 곧 재앙으로 연결된다. 승패와 관계없이 남북한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민족의 공멸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러한 결과만은 피해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무력에 의존하지 말고 평화적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우리 헌법은 ‘평화통일주의’와 ‘국제평화주의’를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헌법전문은 "조국의 ……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제타격’, ‘참수작전’ 등을 섣불리 운운하는 것은 헌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현실 등을 감안하면 ‘전쟁을 무릅쓰는 것만으로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위기의 타개를 미·중·일 등 외국에 의존하기보다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국면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방이라도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것처럼 예견하면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더니 어쩌다 상황이 이리 꼬였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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