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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가림고에 재학 중인 6명의 학생이 매주 수요일마다 우편배달부 역할을 맡아 우체통에 채워진 편지들을 각 교실로 나르고 있다. <사진=가림고 제공>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빨간 우체통이 인천 가림고등학교에 세워져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가림고에 세워진 우체통은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던 사연을 전하는 특별한 존재로 통한다.

한 교사가 제안하고 학교가 지원해 시작된 ‘손 편지 쓰기 운동’의 이름은 ‘수요일의 빨간 우체통’이다. 이름처럼 매주 수요일에는 어깨띠를 두른 학생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배달하러 교실을 찾아간다. "편지 왔습니다!"라는 우편배달부의 소리에 학급은 술렁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받는다. 특히 남녀공학인 이 학교에서 이성의 학생이 쓴 편지가 오면 환호가 터진다.

손 편지의 매력에 빠진 가림고 학생들 사이에서 오가는 편지는 한 주에 50∼100통에 달한다. 우체통에 접수되는 한 주 평균 우편물 수가 41통이란 전국 통계에 비춰 볼 때 학생들의 이런 반응은 기대 이상의 결과다. 학교 측은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반응이라고 보고 있다.

학교가 편지지와 봉투를 무료로 나눠 주기도 하지만 손 편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고민하고,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편지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리는 ‘아날로그 감성’이 스마트폰이나 SNS 등에 빠진 학생들의 마음에 와 닿고 있기 때문이다.

손 편지 운동을 기획한 신은주(59)국어교사는 "아이들이 친구 생일에 편지를 써 축하하거나 선생님들께도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는 일상적인 문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한 가지 싫지 않은 고민도 생겼다. 정성 들여 보내 온 편지에 답신을 안 할 수가 없어서다. 김형백 교장도 마찬가지다. 고민을 써서 보낸 학생들에게 답신이나 작은 선물로 꼭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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