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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치열한 선거전이 끝나고 오늘은 투표 날이다. 대한민국의 영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가 무려 열세 분이다. 그 분들이 목이 쉬어라 목청 높인 공약의 진실을 믿고 싶다. 2015년 퇴임한 호세 무히카 전직 우루과이 대통령 이야기는 지도자의 표본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가 호사스러운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 주었다는 파격의 행보도, 거처인 시골 농가에서 손수 운전해서 대통령궁으로 출퇴근을 했다는 일화도 예사롭지 않다. 과거의 과오를 기억하지 않으면 그것을 반복하게 된다는 그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손수 운전도 허름한 주거도 바라지 않는다. 1987년 식 낡은 폭스바겐을 타고 대통령 월급의 90%는 기부를 하고 10%의 소득만으로 생활했다는 검박함도 바라지 않는다. 안전하게 경호를 받으면서 대통령의 품위를 유지하는 비용을 사용하는 것에 국민들은 인색하지 않다. 권리를 누리는 만큼 헌법의 질서 안에서 국정을 잘 살펴주기를 국민들은 원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지 인터뷰한 해외 영상을 봤다. 순수한 아이들은 옆에 앉아 있는 사람, 미리 와서 앉아 있는 사람, 우리 일상을 좋게 만드는 국가 공무원이라고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치인을 만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진실한 목민과 화장으로 꾸민 목민은 가까이서 보면 구분이 간다. 드러난 민낯에 왜 구민이, 시민이, 국민이 되레 민망해져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공손의 극치로 고개를 숙이며 한 표를 구하는 모습에 진심을 기대하는 유권자의 소망을 가치 있다 여기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한다. 열어보니 과대포장으로 부실한 내용물에 실망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목민의 실천으로 세상의 안녕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겠다는 선거유세장의 말 말 말이 허언이 아니기를, 청렴한 정치인의 표상이 되어줄 제대로 된 자부심을 가진 후보자를, 이권 개입과 친족 특혜를 잘라내는 비리 없는 통치자를, 표심으로 얻은 권한을 오만하게 사용하는 저급함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그래서 의전의 특혜는 국민을 위하는 일에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편의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대선 이후의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역구 공천을 염두에 둔 정치인의 대선 선거운동 현장을 마주하고 마음이 씁쓸했다. 고급진 인성으로의 승격이 안 된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경험이 거부감을 불렀다. 숙일 사람에게는 아부로 내려다 봐도 되겠다 싶은 사람에게는 교만으로, 공천에 유리한 지역이란 판단이 들면 재빨리 거주지를 옮기고 섬기는 성전을 옮겼다. 판세를 뒤엎을 지지 대권후보자 선거 유세차 앞에서 유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그 정치인의 속내가 궁금했다. 정치인의 자질에 인성과 도덕적 잣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무소불위의 방탄유리 속에서 잘 연출된 대통령인지라 국민들은 아름다운 퇴임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이 회자되곤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심화학습이 필요한 문구는 아닌데 현실에서는 힘을 잃고 말아 불행한 전직 대통령을 자주 보게 만든다.

 시행착오를 겪을 만큼 겪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국민을 위해서 쓸 줄 아는 대통령의 출현이 공수표가 아닐 것이라 믿는다. 목이 쉬도록 국민 사랑을 외쳐서 당선된 새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퇴임식까지 일관된 애국 애민으로 수장의 역할을 지켜나갈 것이라 믿는다.

 통치자의 당선에 절대적 공헌을 한 무리가 권력의 심층으로 등장해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게 감독할 의무도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몫이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마땅히 정치의 정도를 감독할 권한에 충실해야 하겠다.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하는 판단력도, 문제점을 볼 수 있는 혜안도 가져 아름다운 대통령님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할 권리를 누릴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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