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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먹방 방송이 대세가 된 것은 오래전이고 요즘은 배부름을 만끽하는 것보다 더 복합적인 다중의 즐거움을 누리는 먹방으로 진화했다. 주방에서 조리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외식사업은 팽창하고 SNS 같은 사회관계망에는 다양한 먹방의 모습을 보여준다. 넘쳐나는 맛집 정보도 먹방 사진도 집밥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리의 역설이란 말은 「요리를 욕망하다」라는 책을 쓴 마이클 폴란이 한 말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식당뿐만 아니라 마트나 편의점 혹은 홈쇼핑 같은 데서 음식을 쉽게 구입한다.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요리에 대한 관심 폭발로 유명 요리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로 텔레비전에 등장한다. 주방을 포기한 사람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며 먹방에 열광하는 요리의 역설은 산업적 요리에 대한 반감이면서 현실적으로 집밥을 매일 먹을 수 없는 집밥에 대한 향수를 채우기 위함인 것 같다.

 식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음식은 자극적인 맛으로 사람들의 미각을 제압한다. 달고 짜고 기름진 산업적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배척하고 각종 화학물질의 첨가로 보존 기간을 늘리고 색깔을 입히고 향을 더해서 실제보다 신선함을 가장해 중독된 입맛을 양산한다.

 폴란이 제안했다. TV나 컴퓨터, 휴대전화 화면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직접 요리를 하자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요리는 잃어버린 감각기관을 되살리는 감성자극으로 만지고 맛보고 보고 냄새를 맡아 신경 중추를 건드려 오감으로 즐기는 복합놀이다. 주방을 독점했던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주방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도 있지만 손수 요리의 가치가 퇴색돼 외식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시간적으로 비교해보면 단지 시간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맛집을 찾아가고 주문하고 기다려 먹고 오는 시간도 냉동식품을 녹이고 덥히는 시간도 집밥을 위한 요리 시간보다 결코 적은 시간 투자가 아니다.

 사는 일이 총총이라 바쁘다 보니 매 끼를 준비하고 차리고 설거지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간편식이나 외식을 선호한다. 또 하나, 대가족의 분화도 주방 요리를 쇠퇴하게 만든 원인이다. 만들어 함께 먹을 가족의 부재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의미를 박탈해 점점 요리하는 일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집밥은 아무래도 제철 재료라 신선하고 가족을 위한 음식인지라 위생적이면서 사랑이란 조미료도 첨가해 만든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는 안정된 포만과 위로가 있어서 5대 영양소보다 더 많은 정신의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시간이다.

 폴로의 주장대로 몸과 영혼의 영양식이 집밥이다. 식재료가 갖는 영양소는 바뀌지 않겠지만 정성 들어간 마음이 가미된 집밥은 감칠맛 더한 건강식이다.

 트렌드를 무시한 독보는 부작용 속출로 껄끄럽기 마련이다. 산업적 음식이 대세인 세상에서 매 번 집밥을 고수하기는 힘들다. 이미 1인, 2인 가구가 주류가 된 사회에서 집밥은 자칫 번거로운 노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보여주고 보이는 SNS의 화면이 당의정 입힌 약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속이 차 있으면 허할 것도 없고 일상을 뽀삽으로 보정해서 포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위로가 필요할 때 오롯이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함께 먹어줄 누군가를 위해서 주방의 요리 시간을 즐기며 음식을 만들고 싶다. 어떤 화학적 첨가제도 넣지 않은 음식을 차리면 건강해질 것 같은 기대로 행복하다. 오감이 만족하는 식사를 하고 난 포만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앞으로도 감칠맛나는 삶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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