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인천시 남구 도화1구역 한 거리를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옆으로 새로 지은 어린이집과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 18일 인천시 남구 도화1구역 거리를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옆으로 새로 지은 어린이집과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인천시 남구 도화1구역 원주민들이 재개발구역 해제를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이들은 투기세력이 자기 재산의 결정권을 행사한 셈이 됐다며 뉴스테이 사업을 중단하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도시재생 뉴딜’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 고장, 내 땅에서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꺾지 말라"고 부탁했다.

도화동에서 50여 년을 살아온 정근화(84·여)씨는 18일 "중구 월미로에 살다가 이곳 땅을 분양받아서 이사했다"며 "아들 둘을 여기서 낳아 키워 분가시키고 남편과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데 재개발 소식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들들도 재개발을 반대한다"며 "자기들이 나고 자란 고향이 개발이익에 따라 삭막한 고층 건물로 바뀔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웃 유모 씨도 "도화1구역이 트리플 역세권인데다 경인고속도로 접근도 편리하고 문화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 딸도 재개발을 반대한다"며 "투기세력한테 임대받은 젊은 세입자들이 좋은 주거환경에서 쫓겨나게 된다"고 걱정했다.

도화1구역은 201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투기세력이 들어와 현재는 원주민보다 외부 유입 인구가 더 많이 산다. 이 때문에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주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정(재개발)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구역의 한 빌라에는 14가구 중 2가구만 원주민이다.

▲ 인천시 남구 도화1구역에서 50여 년을 살아온 정근화 씨가 18일 자신의 집 거실에서 재개발 걱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 인천시 남구 도화1구역에서 50여 년을 살아온 정근화 씨가 18일 자신의 집 거실에서 재개발 걱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조모 씨는 "2001년부터 지어진 빌라들은 아직 살 만한데 투기세력이 들어와 동네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재개발에 찬성한 사람들은 조합에서 아파트 1채 준다고 하니까 믿고 있는데 수천만 원을 더 내야 받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비대위는 주민총회를 열 수 있을 만큼의 재개발구역 해제 동의안을 받았다. 총회에서 해제안을 통과시키려면 조합원(전체 1천36명)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노영준 비대위원장은 "5명이 모이면 재개발 추진위를 만들 수 있었는데, 구역을 해제하려면 500가구가 찬성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주민들끼리 갈등이 생겨 이 동네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혀를 찼다.

한편, 도화1구역은 주안·도화·시민공원역 등 전철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등으로 교통이 발달했으며, 주변 교육·문화·의료시설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 주민들의 주거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원주민들은 노후 주거지를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면서 활성화하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최적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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