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에서 50여 년을 살아온 정근화(84·여)씨는 18일 "중구 월미로에 살다가 이곳 땅을 분양받아서 이사했다"며 "아들 둘을 여기서 낳아 키워 분가시키고 남편과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데 재개발 소식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들들도 재개발을 반대한다"며 "자기들이 나고 자란 고향이 개발이익에 따라 삭막한 고층 건물로 바뀔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웃 유모 씨도 "도화1구역이 트리플 역세권인데다 경인고속도로 접근도 편리하고 문화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 딸도 재개발을 반대한다"며 "투기세력한테 임대받은 젊은 세입자들이 좋은 주거환경에서 쫓겨나게 된다"고 걱정했다.
도화1구역은 201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투기세력이 들어와 현재는 원주민보다 외부 유입 인구가 더 많이 산다. 이 때문에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주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정(재개발)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구역의 한 빌라에는 14가구 중 2가구만 원주민이다.
현재 비대위는 주민총회를 열 수 있을 만큼의 재개발구역 해제 동의안을 받았다. 총회에서 해제안을 통과시키려면 조합원(전체 1천36명)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노영준 비대위원장은 "5명이 모이면 재개발 추진위를 만들 수 있었는데, 구역을 해제하려면 500가구가 찬성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주민들끼리 갈등이 생겨 이 동네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혀를 찼다.
한편, 도화1구역은 주안·도화·시민공원역 등 전철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등으로 교통이 발달했으며, 주변 교육·문화·의료시설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 주민들의 주거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원주민들은 노후 주거지를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면서 활성화하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최적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도화1구역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