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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미래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한동안 꽉 막혀 있던 남북 관계에 조금이나마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나, 북한은 이런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전향적 움직임과 호의에 대해 이달 초까지 벌써 5차례에 걸쳐 매주 1번꼴로 ‘화성-12호, 북극성-2형’ 등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행위로 대답해 나섰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유진벨재단’ 등 무려 47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과 방북 및 대북 물자 반출 신청을 승인하는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민간교류에 매우 유연하고도 능동적인 입장과 자세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남북공동선언’ 발표 17돌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도발을 중단하면 조건없이 대화에 나설 것"을 천명했는가 하면, 24일에는 무주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면서 북한 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남북 관계 개선의 주된 상대방인 북한의 반응은 문 대통령의 이런 거듭된 제안에 대해 이제껏 각종 선전매체나 구호를 통해 ‘우리민족끼리정신’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갈 것을 강조해 왔던 것과는 상반되게 ‘언제 그랬느냐’ 하는 식으로 애써 외면하면서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를 대면서 응하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 23일,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의 공개 질문장인데, 여기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제의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묵묵부답(默默不答)의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남조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 원칙적 문제에는 함구무언(緘口無言)하면서 자위적 핵무력 강화 조치를 걸고 드는 대북 압박 흉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민족끼리, 민족자주’를 내세우면서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단과 민족대회합을 개최할 것"을 주장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무작정 핵문제 해결을 북남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외세와 공조해 반공화국 제재 압박에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 비난했다. 특히 ‘무주 태권도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 장웅 위원은 문 대통령의 남북단일팀 제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정치에 올림픽을 도용하면 안된다"면서 "정치적 환경과 단일팀 구성을 위한 실무적 난관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이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아까운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근 9년 동안 경색돼 있던 남북관계를 푸는 단초는 바로 북한 측에 있다고 단언하면서, 진정성 있는 입장과 자세로 돌아설 것을 요청하게 된다. 왜냐하면 북한 측이 주장하는 ‘자위적 핵무력 강화조치’란 지나가는 소도 웃을 법한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고 반평화적인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국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핵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는데, 유독 북한만이 ‘자위적 핵무력’을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고립(孤立)을 자초하는 ‘독불장군식’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더 이상 말도 안되는 궤변이나 구실과 변명을 대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마당에 나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날로 고립무원의 입장과 처지에 빠져 들고 있는 북한정권의 쇠락(衰落)을 막는 길임과 동시에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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