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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소통의 부족은 관계를 늘 악화시킵니다. 소통의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말’이겠지요. 어느 연구에 따르면 감정의 95%는 그 순간 ‘스쳐가는 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34%는 사소한 대화 중에 발생하고, 남녀 간 다툼의 90%가 바로 대화 방식의 차이, 즉 말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니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무드에서도 ‘물고기는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입으로 걸린다’라는 경고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라는 말입니다. 어머니의 말이 저와 완전히 소통이 안 된 경우일 겁니다. 말은 했는데도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7:38:55 법칙’이라고 알려진 ‘메라비언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청각정보(음색, 어조, 목소리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이고, 시각정보(눈빛, 표정, 몸짓 등)는 무려 55%에 이르지만 실제 말하는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랑해!’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사랑한다는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 미소를 띠고 상대방의 눈을 부드럽게 바라보면서 말을 해야 된다는 것일 겁니다.

 상대방을 격려하는 말이 많을수록 소통이 잘 되겠죠. 시골의 작은 성당 두 군데서 벌어진 일을 보면 우리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두 성당 모두에서 주일 미사가 곧 시작될 무렵,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복사소년이 실수로 성찬용 포도주 잔을 떨어뜨려 깨뜨리고 만 겁니다. 복사소년 두 명 모두 울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한 신부님은 큰소리로 "다시는 재단 앞에 오지 말라!"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 길로 성당 밖으로 뛰쳐나간 소년은 결국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성당을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소년이 훗날 독재자 티토 대통령이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성당의 신부님은 울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단다, 얘야. 나도 어릴 때 그랬단다. 그러니 너도 커서 신부가 되겠구나." 이 소년은 신부님 말씀처럼 훗날 풀턴 신이라는 신부가 됐다고 합니다. 격려의 말은 이렇게 상대방에게 희망의 씨앗이 돼 결국 상대를 성장하게 만듭니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요. 김영아 씨의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이란 책에 나오는 구절이 도움이 될 겁니다. "너, 정말 힘들었구나. 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그렇지? 처음엔 들어주기를 갈망하다가 이제는 지쳐서 화가 난 거구나. 그러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사실 우리가 상처를 받는 말은 우리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말입니다. 자식들에게서 들은 말 중에서 부모가 가장 상처받는 말은 "내게 해 준 게 뭐 있어요?", "엄마 때문에 창피해요"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힘이 돼 주는 말은 당연히 인정해 주는 말입니다. 어느 연구에 보면, 자녀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소중하단다"라는 말이고, 부모가 자식들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누구보다 부모님을 존경해요. 사랑해요"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또 남편이 아내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당신밖에 없어요. 당신이 최고예요", 아내가 남편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당신을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불쑥 올라오는 말 한마디가 너와 나를 갈라놓게 합니다. 무심코 던지는 내 말 한마디를 조용히 곱씹어 보면서 내 말이 상대에게 과연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이었나를 살피는 귀한 아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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