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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정경부장
인천(송도6·8공구)이 일거에 마귀의 소굴로 빨려 들었다. 한순간 쓰레기들이 설치는 저속(低俗)의 세계로 떨어졌다. 정대유(2급)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이 사회적관계망(SNS)에 올린 글이 몰고 온 파장이다. 몇 줄 안 되는 그의 글 내용은 섬뜩했다. 돈독이 바짝 오른 개발업자들이 인천을 난도질하고 있다. 언론과 사정기관, 시민단체까지 희번덕거리며 탐욕 앞에서 개발업자들과 공생한다. 인구 300만 명으로 대한민국의 3대 도시 인천은 악(惡)의 구렁텅이 속으로 속절없이 흡수됐다. 그의 결기는 비장했다.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걸고 시민의 재산을 지키겠노라! SNS 속 의인(義人)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팔로어의 환호가 이어졌다. 그의 용기 있는 결단에 응원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힘이 실린 그는 한걸음 더 뗐다. 몸담고 있는 인천시 공직사회를 비위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칼끝을 겨냥했다. ‘배임’ 그의 에두름에는 개발업자(제3자)의 이득을 챙겨주기 위해 공직사회가 비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암시가 깔려 있었다. 그는 일약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개발업자와 놀아난 언론과 사정기관, 시민단체의 실체를 밝히라며 들고 일어섰다. 인천의 자존심은 송두리째 뭉개졌다. 그의 검은 커넥션 의혹 제기는 무겁고도 컸다.

하지만 그 엄중한 사태를 마주한 의혹 제기 당사자를 비롯한 인천 지역사회는 똑똑하지 못했다. 일시에 인천을 격랑의 소용돌이로 몰아가는 정 전 차장의 행보는 과연 마땅한가이다. 대기발령 즉시 배낭을 둘러메고 인천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는 자신의 행적들을 SNS에 보란 듯이 올리고 있다. 동해 묵호항~울릉도~독도~포항을 거쳐 자신의 고항 진주에 이르는 동선에다가 꼼장어 등 안주 메뉴까지…. 공직생활을 걸고 쓰레기 ××들을 청소하겠다는 그의 기개는 한 줌도 읽히지 않는다. 그의 의혹 제기로 지난 29일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의 송도 6·8공구 현안점검 소위원회가 열렸다.

그는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위원회의 참석을 묵살했다. 시의회 차원의 조사특별위원회가 가동될 때 참석하겠다는 토를 달았다. 상임위나 전체 시의회를 떠나 의원은 시민을 대표한다. 공복(公僕)의 자세가 아님에는 틀림없다. 모든 공무원이 비상대기하는 을지훈련 중 훌쩍 휴가를 떠나고, 행선지와 음식 메뉴까지 개인의 일상을 소상히 밝히는 마당에 인천시민이 알고자 하는 ‘검은 커넥션’의 실체를 밝히는데 주저할 이유가 무엇인가. 정녕 ‘송도 6·8공구 개발이익 환수를 통한 시민의 재산권 수호’는 포장이었다는 말인가. 속내는 10년 후배를 상사(청장)로 모셔야 하는 나이 많은 고참 차장의 인사(人事) 불만이었던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시의 처신도 마뜩치 않다. 정 전 차장의 의혹 제기를 그저 고위직 간부 개인의 일탈행위쯤으로 희석시키려는 분위기다. 시 감사관실은 인천경제청에서 일어난 일이니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투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따위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사태의 무게감을 볼 때 그럴 수 없는 일이다. 당장이라도 정 전 차장을 불러들여 마귀의 실체를 캐물어야 한다. 시 감사의 범위를 넘어섰다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 될 일이다. 개발업자들이 개발이익을 내지 않으려고 온갖 줄을 대 로비를 했는지, 아니면 거꾸로 정 전 차장이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개발이익을 걷어 내기 위해 직권남용을 한 것인지 가려내야 한다. 검경에 수사 의뢰로 정 전 차장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들춰보면 진실은 금세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의회도 특위활동 범위를 놓고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특위활동 기간(3개월)에는 송도 6·8공구의 행정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의회 안에서 나오고 있다. 개발업자와 협상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개발업체가 거부하면 어쩔 것인데. 만일 기속행위에 포함된 행정절차 중단으로 업체가 소송이라도 걸면 의회가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특위조사 결과, 그동안의 비위 사실이 있으면 합당한 조치를 내리면 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인천은 사업해서는 안 될 도시로 낙인 찍힌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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