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행정학박사.jpg
▲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누구나 남으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을 받으면 무척 마음이 상합니다. 물론 비판하는 사람은 비판을 통해서 상대방이 변화되기를 바라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비판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정당성만 주장하게 되어 올바른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고, 동시에 자존심이 크게 다치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 개선의 여지는 크지 않을 겁니다.

 내가 누군가를 비난하면, 그 비난은 눈덩이처럼 커져서 ‘나’에게 다시 되돌아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 선장과 항해사가 있었습니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항해사가 하루는 술을 몇 잔 마셨다고 합니다. 평소 항해사와 사이가 좋지 않던 선장이 그날 항해일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은 항해사가 술을 마셨다."

 항해사가 술을 마신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지만, 선장은 그가 해고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썼던 겁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항해사는 애원했습니다. 지워달라고 말입니다. 나중에 경영진들이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질책을 받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선장은 애원하는 항해사에게 "당신, 그날 술 마셨소? 마시지 않았소?"라고 물었습니다. 항해사는 "몇 잔 마셨습니다"라고 답을 하니까, 선장은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술을 마신 것을 마셨다고 쓴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이요?"

 할 수 없이 물러난 항해사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며칠 후 항해사가 항해일지를 쓰는 날이 되었습니다. 항해사는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은 선장님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일지를 본 선장은 매우 당황해서 항해사에게 달려와 그 글을 지우라며 화를 냈습니다. 실제로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그 글은, 다른 날에는 늘 술을 마시다가 그날만은 마시지 않았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말에 항해사는 여유를 부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선장님, 그날 선장님은 술을 마시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마시지 않았다고 쓴 것이 무슨 잘못인가요? 저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적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쏜 화살은 그대로 나에게로 되돌아오기 마련일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해해주고 용서해주는 것이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지인이 보내준 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중견 영화배우가 영화를 찍으면서 무척 힘든 경험을 보냈다고 해요. 영화를 찍을 당시에 인기가 많은 젊은 배우들은 걸핏하면 펑크를 내곤 했고, 또 노인 역을 맡은 선배 배우들 역시 게으름을 피워서 촬영 스케줄이 엉켜버리는 일이 자주 있어서 아주 짜증이 났었다는 겁니다.

 어느 날, 집에서 어머니에게 이런 사실을 말씀드리니까,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멋진 충고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후배에게 뭐라 하지 마라. 그 길이 네가 걸어온 길이다. 그리고 윗사람을 탓하지 마라. 그 길이 네가 가야할 길이다."

 사람들은 이성이나 논리 때문이 아니라 ‘감정’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고 심리학에서는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옳고 그름이라는 ‘이성’이나 ‘논리’의 잣대로 남들을 쉽게 판단한 나머지 상대방의 감정은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분노하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리고 맙니다.

 누구나 비난이나 비판을 받으면 상처를 받을 겁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다보면 하루 종일 그들을 비난해도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그들의 행위를 닮지 않으면 그뿐이지 않을까요.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