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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영미 경기도의회 의원
최근 들어 ‘채무 제로’를 선언하는 지자체들이 늘어가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치적 중 하나로, 재임기간 동안 ‘살림을 잘 했다’는 증거로 앞다투어 채무 제로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1일,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 서명식’을 갖는 자리에서 "채무 제로는 일도 많이 하는데 살림도 잘 했다는 것으로 이것이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라며 채무 제로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 지사의 이런 계획은 기호일보 보도(2018.1.11. 1면 ‘경기도 물 건너간 채무 제로, 계획변경 돌입’)를 통해 약 4천930억 원의 채무를 남겨둘 수밖에 없고, 사실상 올해 안에 모든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과연 남 지사의 발언처럼 채무 제로가 ‘일도 많이 했는데, 살림도 잘했다’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까?

 가계 재정이라면 당연히 부채가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도민을 위한 정책 실현을 위해 그리고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 적절한 채무관리를 통한 건전한 재정 운영을 해가는 것이 공공이 취해야 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

 남 지사는 2014년 민선6기 출범 이후 국비확보 TF 구성과 체납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새는 돈’을 막는 세출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채무 상환을 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사실상 채무 제로의 절대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각종 투자사업과 보조사업 등에 대한 원점 재검토 및 중복사업 정리, 공공기관의 복리후생제도 및 수당 개편과 함께 지방채 발행 억제 및 상환액 범위 내 발행이 더 크게 작용했고, ‘번 만큼 쓰겠다’는 Pay-go 원칙의 의무 적용 등이 그동안의 채무 상환을 이끌어 온 결정적인 요인이 됐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재정 관리보다는 재정 규율을 통해 ‘삭감하고, 쥐어짜서’ 빚을 줄였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일반회계 상의 채무는 줄었을지 모르겠으나, 산하기관들에 쌓인 채무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전혀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는 상황에서 마치 경기도의 모든 채무가 제로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달콤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남 지사의 채무 제로는 맞는 것인가? 그리고 채무 제로가 진정 도민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한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2년간 지방도 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없었다.

 여전히 도로 건설을 통해 열악한 지역발전을 기대하는 시·군으로선 지방채 발행을 해서라도 지방도 건설이 되길 바란다.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도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적절한 지방채 발행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도로 건설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다. 자신의 치적을 드러내기 위해 ‘달콤한 채무 제로’를 말하기보다는 도정 철학과 도민을 위한 정책 추진을 위해 재정여건을 감안한 ‘적절한 채무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번 만큼 쓰는 것이 아니라, 벌 수 있는 만큼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세수 추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장·단기적인 재정 운영 방안 그리고 무엇보다 도민을 중심에 둔 도정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재정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민선 7기 경기지사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바로 이것이다. 경기도가 감당해 갈 수 있는 적절한 채무 규모와 효과적인 상환계획을 통해 확고한 도정 철학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새로운 도지사가 경기도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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