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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장안동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한국문인협회 수원시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시의 고은문학관 건립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수원시가 문학계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고은문학관 건립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당초 해당 문학관을 건립하려던 시유지를 놓고 이를 무엇으로 사용할 지 고심에 빠졌다.

4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고은재단과의 협의를 거쳐 고은문학관 건립을 무효화한다고 발표했다.

고은문학관 건립은 시가 인문학 도시 조성을 위해 중점 추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시는 2015년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을 설득 끝에 장안구 상광교동 옛 이안과 건물 리모델링한 ‘문화향수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했다.

고은문화재단 측이 시민 성금 등으로 200억 원의 건립비를 조달하고 시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고은문학관을 지을 수 있도록 팔달구 장안동 한옥기술전시관 뒤편에 소유하고 있는 약 6천㎡ 넓이의 시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하고 기본설계까지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문학계 성추문 당사자로 고은 시인이 지목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들끊자 결국 시는 문학관 건립계획을 접었다.

지역 문인들은 수원문학관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수원문인협회는 나혜석, 홍성원 선생을 배출한 수원문학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지역 문학관을 지어달라고 시측에 수차례 요청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가 지역 문인들을 배제한 채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자 수원문인협회는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하기도 했었다.

수원문인협회 한 관계자는 "시가 고은문학관 건립이 철회된 만큼 해당 부지에 지역 문인들의 숙원인 수원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노력을 해왔는데 갑작스레 고은 시인과 관련한 일로 이를 중단하게 돼 난감하다"며 "아직 고은문학관 건립을 철회한 게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추후 꾸준히 어떤 시설로 조성할 지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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