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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학교폭력. /사진 = 연합뉴스
도내 A고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47)씨는 지난해 11월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의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인 ‘대나무숲’에 접속했다가 어느 학생이 올린 게시글을 본 기억만 떠올리면 몸서리를 친다.

이 학생은 자신이 속한 반에서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일명 ‘방폭(단체대화방에서 왕따시키기)’이 벌어진 화면을 저장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새로운 반 배정을 받은 학생 20여 명이 단체 채팅방을 개설한 뒤 한 명의 학생만 남겨놓고 채팅방에서 차례대로 퇴장한 장면을 게시한 것이었다. 이런 행동이 의아스러워 아들에게 물어보니 ‘소셜네트워크(SNS) 집단 따돌림’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김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SNS를 이용한 왕따 문화가 있는 줄 몰랐다"며 "내 아이까지 또래 친구들이 서슴지 않고 특정 학생을 집단 따돌림하는 것을 보고도 무감하게 반응하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이 도내에서 아동·청소년들의 SNS 학교 폭력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뚜렷한 대책이 없어 이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 비율이 언어폭력 35.6%, 집단따돌림 16.5%에 이어 사이버 괴롭힘이 11.5%를 차지,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스토킹 11.3%, 신체폭행 10.6%, 금품갈취 6.2%, 강제추행 5.2%, 강제적 심부름 3.1% 등 순이다. 사이버 괴롭힘은 과거 온라인에서 진행됐지만 최근 휴대전화를 소지한 아동·청소년이 늘면서 SNS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물리적 폭력을 가하지 않고 손쉽게 휴대전화를 이용해 왕따를 시키려는 학생을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SNS 폭력 형태는 단체방에서 특정 학생에게 욕설을 퍼붓는 ‘떼카’, 집단 따돌림 피해자를 끊임없이 단체방으로 초대하는 ‘카톡 감옥’ 등 여러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동·청소년의 SNS 폭력 실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서 자녀가 이를 당해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사이버 학교 폭력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는 올해 도내 사이버 폭력 예방 선도학교를 30곳(초교 11곳·중학교 14곳·고교 5곳)을 지정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한 해 예산이 학교당 180만 원에 불과해 이 같은 유형의 집단따돌림 예방에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이버 폭력 말고도 다른 피해 유형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들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사이버 폭력 예방 예산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충분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극대화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이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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