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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수원의 한 고교 교사로 근무하는 A(여)씨는 최근 새 학기를 맞아 수업에 들어갔다가 남학생이 자신을 향해 욕설을 내뱉은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하다.

모둠활동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학생을 깨워서 주의를 줬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분노한 목소리로 "상관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욕을 했던 것. 그는 순간 모욕감이 들었지만 자신에게 욕한 학생을 진정시킨 후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반에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그 학생에게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신학기를 맞아 경기도내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권 침해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청의 ‘사후약방문식’ 대책으로 교권 침해 예방활동의 실효성이 떨어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123건에 불과하던 도내 학생에 대한 교권 침해 접수 건수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후인 2011년 664건, 2012년 1천688건, 2013년 1천281건, 2014년 704건이었다. 2016년 교권 침해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발생한 2천574건 가운데 도내가 500건을 차지한다.

경기교육자치포럼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교사 2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74%가 최근 3년 이내 교권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별로는 고교가 92.2%를 차지해 고학년일수록 교권 침해가 심각했다. 교권 침해 유형은 ‘수업 진행 방해’, ‘폭언 및 욕설’이 많았으며 기타 응답자로 ‘명예훼손’ 등의 유형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도교육청의 교권 보호 대책은 사전 예방보다 교사가 피해를 당한 후 심리치료 등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교권 침해 예방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교육도 교장·교감 및 일선 교사들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을 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방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전학조치, 중대 교권 침해에 대한 교육감 고발 의무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학부모 표심을 고려한 국회의원들의 늑장 처리로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교권 침해를 당할 경우 피해자임에도 불구, 본인이 ‘비정기 전보인사’를 신청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하는 실정이다.

최승학 경기교총 교권·정책과장은 "보통 학교들이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게 특별교육 이수 등 가벼운 조치만 취하기 때문에 징계에 대한 부담이 없어 학생들이 교사들을 함부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권 보호를 위한 별도의 수업은 진행하지 않지만 교권 침해 예방 매뉴얼을 제작해 학생들에게도 배부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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