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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구출하는 구급대원. /사진 = 연합뉴스
최근 119 등으로 동물 구조 신고가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본보 5월 17일자 18면 보도> 정작 구조된 동물의 상당수가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를 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져 구조에 나섰던 소방과 지자체에서도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3월 ‘생활안전 출동기준’ 시행 이후 지난 23일까지 총 6천676건의 동물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개와 고양이 구조 및 사체 처리 신고가 3천878건으로 약 6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생활안전 출동기준에 따라 이 같은 동물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110(민원신고)으로 다시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소방의 출동 건수 자체는 줄긴 했지만 여전히 긴급한 경우엔 직접 나서기도 한다.

문제는 시민들이 위험에 빠진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좋은 의도로 신고하고 있다지만 정작 소방이나 지자체로부터 구조된 동물들의 상당수가 안락사를 당하는 운명에 처한다는 점이다. 특히 유기견의 경우는 중성화 수술 후 방사되는 유기묘와는 달리 곧바로 동물보호소로 옮겨진다.

현행법에는 유기동물이 공고한 날로부터 10일 이상 소유자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처리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즉,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보호소에서 죽음을 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인데, 이로 인해 해마다 희생당하는 동물의 숫자는 상당하다.

도내 유기동물 처리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도내 총 2만3천84마리의 유기동물 가운데 23.1%에 달하는 5천342마리가 안락사를 당했다. 길가에 버려진 동물들을 구해 달라는 시민들의 신고가 오히려 동물들을 죽음으로 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 재난본부 한 관계자는 "버려진 동물들은 우선 나이가 많고 행색이 초라해 재입양되는 사례가 드물어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구조된 개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구조에 나서는 입장에서도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다급한 심정은 알겠지만 무분별한 신고는 지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안락사 비율을 줄이기 위해 현재 10일에 불과한 안락사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내 동물보호소 한 관계자는 "공고기간은 당초 30일로 규정돼 있었지만 지자체 예산 부족 등의 탓에 10년 전부터 10일로 단축된 것으로 안다"며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견주가 충분히 반려동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10일은 턱없이 짧기 때문에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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