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염병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에만 역학조사관을 둘 수 있도록 한 법령을 개정해 일선 시·군에서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4일 경기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 시·군 중 역학조사관을 별도로 채용해 운용하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는 시도 소속 공무원으로 각각 2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두게 하도록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시·군에는 역학조사관을 두려면 ‘필요한 경우’로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률 탓에 현재 도내에서 활동하는 역학조사관은 단 4명(경기도 소속)에 불과하다. 인구 1천200만 명의 경기도 전역을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절대 인력 부족 상황은 감염병 창궐 시 능동적인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015년 전국적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도내에는 70명의 확진자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모니터링 대상자만 해도 자가격리 4천 명, 병원격리 388명 등을 포함해 1만1천318명에 달했다. 전국에 산재한 34명의 역학조사관이 모두 동원돼도 이들 환자의 행적을 추적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당시 도에서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했던 공중보건의들은 "수개월 동안 쉬지도 못하고 지친 게 사실이다. 쉴 때도 집에 못 가고 24시간 비상대기해야 했다"며 "지쳐서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곧 부실 조사로 이어졌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역학조사 전문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며 "병원 감염의 중요한 전파 경로인 매개물 등에 대한 조사가 부족해 결론 도출이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시·군별로 1∼2명씩만 숙련된 역학조사관을 보유했더라면 도내에서만 최소 30명의 역학조사관들이 움직이게 돼 원인을 쉽게 파악했을 것은 물론 감염병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여론에 최근 도내 시·군에서는 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달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지방자치단체 역학조사관 채용 제도 개선(안)’을 원안 가결했다. 시·군에서도 역학조사관을 선발·운영할 수 있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중앙에 건의하겠다는 게 골자다. 시 관계자는 "실질적인 감염병 관리를 위해서는 역학조사관을 적어도 인구 50만 명당 1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며 "그러려면 시·군에서도 자체적으로 역학조사관을 선발할 수 있도록 법령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