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46.경기 성남)씨는 퇴근 후 술자리가 있었던 다음날이면 꼭 사우나를 찾았다. 잠깐이라도 사우나를 하고 휴식을 취하면 숙취가 해소되고 컨디션도 좋아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랬던 그가 올해부터는 사우나를 끊다시피 했다. 지난해 한 송년회에서 만취한 후 사우나에 갔다가 처음 느껴보는 가슴 통증으로 호되게 고생한 이후부터다. A씨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급성심근경색으로 판명됐다.

 사실 사우나는 건강에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최근 핀란드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남녀 1천628명(53∼74세)을 대상으로 15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에서는 사우나를 자주 할수록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우나가 혈압을 내리는 것은 물론 폐질환과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음주 후 사우나다. 전문가들은 음주 후 사우나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위험성을 뒷 받침할만한 데이터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주 후 사우나의 사망 위험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팀은 2008∼2015년 사이 시행된 사망자 부검사례 중 사우나 또는 찜질방에서 숨진 26∼86세 103명(평균나이 55세)을 대상으로 음주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음주가 사우나 사망의 주요 위험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법의학 및 병리학 저널’(Forensic Science, Medicine and Pathology)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이번 분석 대상자 103명은 모두 사우나룸에서 숨진 경우였다. 욕조, 탈의실, 샤워장 등에서 숨진 사례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사망자는 남성이 88명(85.4%)으로 여성(15명, 14.6%)보다 훨씬 많았다.

 사망자에 대한 부검 결과, 81명(78.6%)의 혈액에서 과도한 수준의 알코올이 검출됐다. 평균 알코올농도는 0.17%로 ‘술에 만취한 상태’인 0.1%를 넘어섰다. 이들이 사우나를 찾은 건 술자리가 끝난 후 3∼6시간이 지난 후가 대부분이었다.

 사인으로는 13명이 사고사로, 82명이 자연사로 각각 분류됐다. 나머지 8명은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사는 고체온증과 급성 알코올중독이 각각 9명, 4명이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30% 이상이면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본다.

 자연사 중에는 급성심근경색증을 비롯한 허혈성심질환(40명)과 기타 심장질환(38명)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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