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 접경지역 단둥(丹東) 기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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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 접경지역 단둥(丹東) 기행(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8.10.1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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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
단둥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 일행은 약 80㎞ 거리에 있는 수풍발전소로 향했다.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내내 펼쳐진 압록강변에는 연어와 잉어 등을 기르는 ‘가두리양식장’이 이루 다 셀 수조차 없을 만큼 조성돼 있었다. 마치 우리의 일부지역에 꼼꼼하게 들어차 있는 태양판을 바라보는 것처럼, 수심이 웬만큼 깊은 곳에서는 예외없이 설치돼 있는 중국 측 지역의 양식장과는 달리 북측 지역은 거의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어 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발전량의 20% 정도만을 북한에 송전(送電)해 주고 있는 태평만발전소를 거쳐 우리 일행이 도착한 수풍발전소는 예전과는 달리 입장료(5위안)를 받고 있었는데,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300위안을 주고 승선한 모터보트에서 바라본 북한 측 지역은 중국과는 달리 댐이나 그 주변 환경이 거의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었고, 4∼5곳에 달하는 매우 규모가 작은 가두리양식장에서 작업을 하는 인부들 외에는 한낮이었기 때문인지 왕래하는 주민의 모습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저 멀리 민가(民家)들이 형성돼 있는 산에는 흰 글씨로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가 쓰여진 입간판이 눈에 띌 뿐 고즈넉한 분위기만이 감돌 뿐이었다.

수풍댐을 뒤로 하고 단둥시로 오는 도중 구련성도로 인근에 있는 화물열차 계류장에서 총검을 휴대한 채 서 있는 초병을 발견했다.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라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회장은 저것은 "북한쪽으로 보내는 감압(減壓)장치입니다"라는 설명이 곧바로 이어져 왔다. "아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중국이 왜 북한에 원유를 보냅니까?"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이 회장은 "저것은 지름이 큰 파이프에서 작은 파이프로 연결되게 만든 장치로, 압록강 하저(河底)파이프를 이용해 원유를 공급하는 것입니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2003년 압록강물이 범람할 당시 이 장치에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 파이프내 원유 찌꺼기가 막히지 않도록 조치하였다고 부연(敷衍)하면서 이 회장은 사진을 찍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후 우리 일행은 5년 전부터 단둥시에서 개장해 운영되고 있는 ‘호시(互市) 무역구’에 도착했다. 원래 ‘호시’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조공(朝貢)무역의 일종으로 서로 옮겨 살며 장사를 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무역은 별도의 관세(關稅) 부과 없이 소규모로 거래되는데, 보통 북한 주민의 경우 1회 인민폐로 8천 원 정도가 허용되고 있으며 5% 정도의 수수료만 낸다고 한다.

비교적 큰 부지 위에 조성돼 있는 이 지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한동안 굳게 닫혀 있었으나,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에는 3∼4개 북한 상점이 개업하는 등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인공기(人共旗)가 게양된 북한상점에 들어서자 배지를 단 북한 여성이 접근해 오면서 상품 설명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한약제와 수공예품, 고사리와 버섯 등 농산물로 이뤄진 매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고가(高價)의 ‘개성인삼’과 ‘웅담(곰열)’과 같은 한약재였다. 이튿날 우리 일행은 단둥역에서 겨우 1시간여밖에 걸리지 않는 고속열차를 타고 심양에 도착해 ‘서탑’에서 일박을 한 후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번 여정에서 지척(咫尺)간의 거리에 있는 우리 민족이 왜 중국이라는 제3국을 통해, 그것도 ‘강 건너 등불’을 바라보는 식으로 북한을 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이라는 남북한 간, 그리고 미국과 북한 간 정상이 합의한 문건이 현실적으로 그 빛을 발(發)한다면, 이런 안타까운 마음도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위(自慰)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철저하게 전쟁에 대비하라"는 경구(警句)를 재음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냉혹한 분단현실이라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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