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도시정비업체가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를 우롱했다.

십정2 주거환경개선사업 계획은 처음부터 엉터리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비사업을 위탁받은 A업체가 무등록업체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상 무등록업체가 정비사업을 위탁받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29일 시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도시정비법’ 제102조는 정비사업의 동의, 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을 사업시행자 등으로부터 위탁받는 자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A업체는 2016년 7월 21일, 2017년 1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인천도시공사와 정비사업용역 계약을 맺었다. 사업비는 1차 25억7천600만 원, 2차 16억7천만 원으로 총 42억4천600만 원이다. 이후 A업체는 십정2구역 정비사업자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총괄 사업계획(뉴스테이 연계·민간임대주택 공급 등)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A업체는 93억5천700만 원짜리 공공주택·부대복리시설 설계용역과 관련해 B업체를 도시공사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도시공사가 A·B업체와 경쟁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한 것은 지방공기업법 과 도시정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주민대표회의가 A·B업체를 추천했더라도 경쟁입찰로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A업체 대표는 2015년 11월 11일 시와 부평구, 도시공사, 주민대표회의, 국토교통부, 임대사업자, NH투자증권 등이 참석한 ‘뉴스테이 활용 십정2구역 정상화’ 협약식에도 참석하는 등 사실상 도시공사와 계약 전부터 이미 정비사업자로 낙점됐던 것으로 보인다.

도시공사는 최근 A업체에게 정비사업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A업체가 무등록업체인데다 제대로 된 도시정비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주민, 임대사업자, 금융·투자사 등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A업체는 도시공사 의견에 반발해 정비사업비 청구 소송을 냈다. 현재 인천지방검찰청은 A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십정2구역 주민들은 "A업체는 전반적으로 사업을 정비하면서 도시공사 관계자들에게도 지시를 내렸다"며 "A업체가 정비사업 계획을 부평구에 제안했고, 부평구와 시가 이 계획을 수립해 고시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시와 도시공사는 A업체가 무등록업체인 것을 나중에 알았고, A업체도 서둘러 등록을 마쳤지만 감사원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실상 십정2구역 정비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사업을 진행하는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초기 단계에서 작은 역할을 했을 뿐이어서 일정 부분만 사업비를 지급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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