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떠난 뒤 시간 멈춘 지역상권 문화콘텐츠로 ‘백 투더 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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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떠난 뒤 시간 멈춘 지역상권 문화콘텐츠로 ‘백 투더 퓨처’
제물포역세권의 미래전략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9.02.1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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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 이전 이후 상권 쇠락 그리고 1단계 정비

 제물포 역세권의 나이 든 건물 외관은 물밀듯 기억을 불러왔다. 골목에서 보냈던 시간과 추억이 담긴 공간, 함께 했던 이들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단 하나 기억의 차이는 거리 위 사람이다.

▲ 제물포북부역 광장
 2009년 인천대학교가 떠나기 직전까지 북적였던 역 주변은 귀갓길을 재촉하는 걸음만 바빴다. 단체손님으로 가득 찼던 금요일 밤 담배골목의 낡은 가게에선 불빛만 새어 나왔다. 십수 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켰다는 포차엔 그나마 ‘그때’를 쫓아온 듯한 이들이 종종 오갔다. 청춘이 떠난 골목엔 적막감만 남았다.

 그때를 그리워하는 상인과 주민, 청년들과 공무원이 숨죽인 마을을 되살리는 그림을 그렸다. 2015년 시작된 ‘제물포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숭의1·3동과 도화2·3동 등 제물포역 0.3㎢ 반경에서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이미 마무리된 1단계는 ‘떠나보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미추홀구는 2017년 한 해 동안 원주민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생활인프라를 살폈다. 주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만8천㎡ 규모의 도로를 포장하고, 5천200㎡의 인도를 정비했다. 어두웠던 거리는 80개의 가로등과 CCTV, IP비상벨이 지키게 됐다. 혹시 모를 재해에 대비해 하수도 정비(굴착 775m, 비굴착 298개소)도 마쳤다.

▲ 인천남중 일대 골목
 30여 년간 저마다의 추억이 밴 ‘담배골목’, 석정로 162번길 23-56 일대는 이야기가 있는 ‘담소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미추홀구는 까만 아스팔트로 덮여 있던 이 골목을 다시 포장하고 알록달록 색을 입혔다.

 오래된 역세권 곳곳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북부역 광장과 인접한 도로에 반복되는 불법 주차 문제를 놓고 행정과 주민이 부딪쳤다. 주민은 도로 존치를 원했고, 행정은 폐쇄 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길 바랐다. 미추홀구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불법 주차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도로를 화단으로 꾸몄다. 반대했던 상인들도 가게 앞이 정돈되는 것을 보고 환영했다. 고생 끝에 마무리한 1단계 작업은 삭막한 역세권의 겉모습을 어느 정도 바꿔 놨다.

 하지만 이 노력들은 떠나간 이들과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모으기엔 부족했다. 6천 가구로 계획된 인근 도화지구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역세권에 주민 발길을 붙들진 못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남부역에 빼곡히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도 인근에 프랜차이즈 매장 몇 개만 늘렸을 뿐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죽은 상권도 여전하다. 역 앞의 목이 좋은 상가도 장기간 임대 신세인데다, 간판을 내걸었다 해도 실제 문을 열지 않는 점포가 많다. 담배골목을 넘어 분식점이나 작은 식당들이 있었던 철도 옆 거리는 고요한 주택가가 됐다. 주민과 학생들이 즐겨 이용했던 지하도 상가도 지금은 리모델링을 앞두고 철문을 내린 상태다.

▲ 알록달록 색을 입은 담소거리
 이제는 떠난 이들이 돌아오게 할 때다. 미추홀구는 제물포 역세권 활성화사업 2단계로 추진하는 제물포역 북광장 리모델링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8년 6월 월드컵 때 거리응원의 장으로 광장을 활용하며 희망을 봤다. 당시 5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응원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인근 역세권의 골목으로 향했다. 소비할 문화가 있어야 스쳐 가는 발길을 붙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장을 넓히고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작업들이 제물포 역세권의 과거를 넘어 새로운 활력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 북부역 중심 재생사업에 거는 기대

 제물포역 인근에는 대학을 포함해 학교가 16곳이나 된다. 학생과 교육공무원, 관련 종사자만 해도 1만여 명에 육박한다. 졸업생들이 ‘향수(鄕愁)’를 느낄 만한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제물포역 재생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추홀구와 인천시설공단도 졸업생들이 이곳을 다시 찾도록 해 제물포역의 옛 영광을 되찾고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끌어들일 ‘콘텐츠’다. 제물포역 인근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안성맞춤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 제물포북부역 역사
 제물포역 재생의 핵심은 북부역 광장이다. 미추홀구는 북부역 앞 도로를 이미 ‘차 없는 거리’로 지정받았다. 조만간 차량 통행을 막고 이곳을 ‘비어(Beer)광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비어광장은 북부역 주변 식당의 메뉴판을 비치해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한다. 미추홀구와 일부 상인들은 북부역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부역 광장은 주민 쉼터와 버스킹 공연장 등으로 꾸며진다. 미추홀구는 광장 주변으로 학창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맛집들을 발굴해 도화지구 주민들, 졸업생들이 제물포역을 찾게 만들 요량이다.

 옛 파파이스 건물은 인천시사회적기업센터가 전시판매장으로 활용한다.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사회적 기업과 주민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북부역 광장, 옛 파파이스 건물과 트로이카를 이뤄 제물포역 재생의 마침표를 찍는 것은 제물포역 지하도상가다.

 지하상가에는 분식으로 유명했던 제물포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푸드존’을 만들어 인근 학생들의 허기를 달래 주고 학창시절 추억도 새록새록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북부역 쪽 지하상가가 푸드존이 된다. 최근까지 지하상가에는 분식집이 포진해 있어 학생들이 모여 배를 채우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이었다. 하지만 제물포 지하상가는 1억 원 가까웠던 점포 권리금이 1천만 원대로 떨어졌고, 폐쇄 전 공실률은 50%가 넘었다.

 인천시설공단은 제물포역 재생과 지하상가 활성화로 지역경제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년 3월부터 10월까지 67억 원을 들여 점포 구획 변경, 문화공간 조성, 집객 콘텐츠(트릭아트) 적용, 에스컬레이터 설치, 주요 설비 및 마감재 교체 등 공사를 벌인다.

 제물포 지하상가 사업은 문화공간 ‘아트애비뉴27(주안시민지하상가 27번출구)’이 모델이다. 아트애비뉴27에는 메인 무대(198.88㎡)와 다목적실(8실·23.61㎡), 이벤트룸(51.46㎡), 북카페(51.46㎡), 전시공간(46㎡) 등이 있다. 사계절 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생활예술 아카데미가 진행된다.

 아트애비뉴27을 모방해 제물포 지하상가는 쇼핑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 학생과 여성을 대상으로 인테리어와 이용객 참여 집객 콘텐츠를 적용한다. 지상 개발계획과 연계한 지하상가로 개발하고, 통로 통합으로 충분한 공익공간과 점포 면적을 확대한다. 통행로도 확대해 다양화하고 전시 및 휴게공간과 무대, 댄스실, 커뮤니티실 등 공익공간을 확보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설공단은 기존 264개(시 190개·코레일 74개)였던 점포를 94개(시 74개·코레일 20개)로 줄인다. 법정점포 폭(3m)을 맞추기 위해 규격을 확대한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북부역 트로이카가 제물포(도화동)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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