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동구 서창동 일대서 발견된 조선시대 사대부 합장묘. 아래 사진은 청화백자지석 출토 상태.<한성문화재연구원 제공>
▲ 인천 남동구 서창동 일대서 발견된 조선시대 사대부 합장묘. 오른쪽 사진은 청화백자지석 출토 상태.<한성문화재연구원 제공>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에서 조선시대 사대부의 합장묘가 발견됐다.

19일 구와 (재)한성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서창동 산 8-2 일원에서 청동 숟가락 1점과 청화백자지석, 회지석 등 총 53점의 조선시대 유물이 발굴됐다.

해당 지역은 북쪽에 위치한 관모산(해발 160.8m) 정상에서부터 남쪽으로 흘러 내린 가지능선의 말단부로, 두 개의 묘가 확인됐다. 그 중 1호묘는 부부의 합장묘였는데, ‘어모장군’ 익위사익위를 지낸 계림 심긍지와 그의 부인인 안동 김씨의 묘로 나타났다. ‘어모장군’은 정삼품 당하관의 품계다.

해당 묘에서는 돌에 글자 모양으로 음각한 후 숯을 채워 넣은 회지석 44개가 출토됐으며, 백자에 푸른 색으로 글씨를 쓴 청화백자지석 8개도 발견됐다. 회지석은 묘의 가장 위쪽에 고인의 성씨와 누구의 몇 대손인지 등을 적어 놓은 일종의 표지석이고, 청화백자지석에는 고인의 세부적인 이력이 적혀 있었다.

한성문화재연구원이 청화백자지석을 분석한 결과, 심긍지의 아들과 아버지가 부모와 며느리를 보내며 쓴 글로 확인됐다.

심긍지의 아들은 묘지석에서 "부군은 어려서부터 효도하고 우애로웠으며 사랑스럽고 믿음직했다"며 "장성해서 여러 차례 과거를 보았으니 입격하지 못해 늦게 음직으로 관직에 나갔다"고 회상했다.

또 "계사년(1833년) 강화부 경력에 제배(除拜)돼 백성을 덕으로 아끼고 아랫사람을 은혜로 어루만져 뛰어난 업적이 드러나던 중 그 해 9월 8일 이환(이질)으로 관사에서 돌아가셨다"며 "여러 자식들이 관을 받들어 배를 타고 시흥 땅에 임시로 묻었다가 다음 해인 갑오년에 옮겨 인천 도곡면 서흘천리 어머니의 묘 을좌 자리에 합장했다"고 덧붙였다.

출토된 지석의 명문에 따라 안동 김씨는 1801년에, 심긍지는 1883년에 각각 사망 후 1834년 합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2호묘에서는 사람의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조선시대 후기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청동숟가락 1점이 출토됐다.

이번 심긍지 부부의 묘가 발견된 인근 서창동 산 29-41 일대에는 월성 박씨 종중 묘역(인천시 기념물 62호)이 위치해 있으며, 운영동 산 64-13에는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김재로 묘(인천시 기념물 3호)가 위치해 있다.

이효재 한성문화재연구원 부장은 "이번 발굴된 묘는 흔한 사례라고는 볼 수 없다"며 "서창동 유물산포지1의 중 극히 일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진 것이어서 주변 구릉지에서 분묘 유적이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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