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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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도시락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06.07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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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널리 알려진 백발의 소설가인 김훈 선생이 모처럼 요즘 세태를 직설적으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매일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새는 사회가 됐다."

 "남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

 "사람들이 혀를 너무 빨리 놀린다. 그 혀가 생각을 경유해서 놀리는 게 아니다. 나한테 침 뱉으면 너한테는 가래침을 뱉는 격으로 서로를 공격하기 바쁘다."

 정국이 꽁꽁 묶여있고, 이를 두고 당사자들은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으며 그 거친 말들이 더 거친 말들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세태를 이렇게 꼬집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서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인격 수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거친 말은 타인의 감정까지 훼손시키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가 쉽게 단절돼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김훈 선생의 면도날 같은 꾸지람을 통해 오늘의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네히라 케노스케가 쓴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라는 책에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매일 교무실로 도시락 두 개가 배달됐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두 아이가 나타나 그것을 가져가곤 했습니다. 건강상 이유로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급식을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도시락을 가져온 겁니다. 어느 날, 도시락을 가져가면서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이 물었다고 합니다.

 "얘들아, 반찬이 뭐니?"

 "다른 애들이랑 똑같아요."

 교장선생님은 나중에야 이해가 됐다고 합니다. 급식 메뉴는 미리 가정통신문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엄마가 비슷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집에 원래 있었던 반찬을 담아주는 게 아니라 급식메뉴대로 매일매일 반찬을 새로 만드는 것이 무척 귀찮은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고 동시에 다른 아이들도 헤아릴 수 있다면 어느 어머니들이라도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그런 엄마 밑에서 보고 배우며 자란 아이들 역시도 훗날 남들을 배려하며 살아갈 겁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3」이라는 책에 소개된 어느 청년의 이야기에서도 배려하는 태도가 얼마나 위대한 능력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추웠던지 수염이 고드름처럼 얼어붙어서 반짝거리는 어느 노인이 꽁꽁 언 강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은 겨우 무릎 정도의 깊이였지만 군데군데 얼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건널 수가 없었던 겁니다. 얼마 후 드디어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말을 탄 젊은이들이 보였습니다. 말을 얻어 타기로 작정하고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인은 일정한 간격으로 다가오는 청년들을 말없이 보내고는 마냥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청년이 노인을 보고 다가오자 그때 비로소 그에게 강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까지 태워다 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추위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청년은 쾌히 승낙하고 태워다 드렸습니다.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앞서 간 청년들에게 왜 부탁하지 않았냐고 묻자, 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들의 눈을 보았소. 그리고 그들이 내 처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알았소. 따라서 그들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당신의 눈을 보았을 때 나는 친절과 자비심으로 가득 찬 당신의 눈을 분명히 보았소. 그때 알았소.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곤경에 처한 나를 도와주리라는 걸 말이오."

 이 청년이 훗날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었다고 합니다. 거친 말보다는 부드러운 말을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배려는 내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그런 행위들이 우리의 인격을 결정짓고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만큼은 우리 모두가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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