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구하고 전치 12주… 상처 크지만 후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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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구하고 전치 12주… 상처 크지만 후회 없다
용인시에 사는 20대 정재천 씨 산악오토바이 체험장 알바 중
낭떠러지 매달린 고교생 살려 "똑같은 상황 와도 달려가야죠"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9.08.19
  • 1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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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끔찍한 사고를 당할 뻔한 고교생을 무사히 구출하고 자신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20대 청년의 감동스토리가 알려져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에 살고 있는 정재천(28·사진)씨.

정 씨는 지난 3일 오후 1시께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인근 ATV체험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래프팅, 서바이벌, 산악오토바이 등을 운영하고 있는 A업체에서 실장으로 근무 중이던 정 씨는 당일 순번에 따라 산악오토바이 체험장에서 고객들을 맞았다.

고객들을 체험장으로 안내하려던 순간 정 씨의 눈에 인근 업체 고객 중 한 명이 10여m 떨어진 낭떠러지에 산악오토바이와 함께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산악오토바이 체험 코스와 정반대로 향한 것으로 미뤄 조작 미숙이나 과속으로 인해 위험을 자초한 것으로 보였다.

우리 고객, 남의 고객 따위의 구분은 애시당초 정 씨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반사적으로 내달렸다. 가까스로 10대 고교생을 안전지대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자신은 지형 특성상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4m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산악오토바이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 씨의 어깨를 짓누르며 뒤따라 내댕동이쳐졌다.

고교생을 무사히 구출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정 씨 자신은 정작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온몸은 피범벅이 됐다. 정 씨는 이 사고로 왼다리 정강이뼈가 골절되는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고 입원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정 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5일 용인 다보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정 씨는 종합검진을 받고 나서야 갈비뼈 3개와 견갑골에 금이 간 사실과 폐에 기흉이 생긴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정 씨는 올해 ‘스키 전도사’라고 불리는 데몬스트레이터(demonstrator)에 선발됐다. 데몬스트레이터는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이 실시하는 선발대회를 거쳐 선발된 대표 스키 지도자로, 다른 지도자들의 모범이 되는 것은 물론 최신 스키 기술과 지도법을 널리 보급하고 올바른 스키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정 씨는 스키 지도자에게는 생명인 다리 부상으로 적어도 올해는 스키와 이별해야 할 처지다.

정 씨는 "당시 고객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같은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나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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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신성인 2019-08-18 22:04:22
용인시민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정재천 씨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