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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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바이러스
김완수 인천문인협회 감사/시인
  • 기호일보
  • 승인 2019.08.2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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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수 인천문인협회 감사
중동 호흡기 전염병인 메르스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으로 인해 갑자기 치솟은 공포 지수가 전 국민의 가슴을 떨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메르스가 전국 구석구석에 확산한 것도 아니었고 그로 인한 사망자가 이전의 다른 전염병과 비교해 엄청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 국민이 떨었던 것은 메르스 자체의 확산 속도나 사망자 수보다도 정체 모를 전염병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주된 원인이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짧은 기간 내에 전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의 가슴까지 공포감으로 꽁꽁 얼어붙게 해 여행 취소, 크고 작은 각종 행사 취소, 초등학교 휴교 등 경제적, 사회적인 충격, 더 나아가 다수의 국민이 실제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며 외출을 자제하고 주변 사람들을 경계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했었다. 수개월만 더 길어졌더라면 메르스 공포 바이러스는 전 국민에게 ‘세월호’ 못지않은 트라우마를 남겼을 것이다. 20세기 영국의 저명한 수필가 가디너(A.G. Gardiner)는 ‘Please를 말하는 것에 관하여’라는 수필에서 심리적 전염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 사람이 승강기 종업원에게 ‘Please를 붙이지 않고 Top’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아침에 ‘Good morning’이라는 인사를 그의 사장에게 했는데 사장이 인사를 받지 않아 기분이 나빠서였다. 그런데 그 사장은 아침 식사 때 부인한테 잔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 그 사람에게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거였다. 그의 부인은 요리사가 자기에게 무례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잔소리를 했고, 요리사는 청소 도우미 여자가 자기에게 말대꾸를 해 그 부인에게 무례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가디너는 사람들은 나쁜 기분으로 세상을 전염시키며, 나쁜 예절은 어떤 범죄보다도 일상적인 삶에 해독을 끼칠 것이라고 말한다. 법은 사적인 예절의 수호자가 될 수 없음으로 많은 사람이 나쁜 기분의 그림자 아래서 희생자로 살아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수의 국민이 메르스로 인한 심리적 공포를 느끼게 된 것도 메르스라는 미지의 바이러스 전염에 대해 각종 매스컴이 무절제하게 방송한 탓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 때도 모든 방송사에서 연일 그 사건의 충격적인 장면들을 몹시 심각하고 격앙된 어조로 보도한 결과 다수의 국민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대중 매체 시대인 오늘날, 매스컴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학자들에 의하면, 뇌는 거짓 웃음을 진짜 웃음과 똑같이 인식해 억지로 웃어도 90%는 정말 웃겨서 웃을 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메모리엘 병원 연구팀은 15초 동안만 크게 웃어도 엔도르핀과 면역 세포의 활성을 증가시켜 수명이 이틀 연장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18년 동안 웃음을 연구한 리버트 박사는 웃는 사람의 혈액을 분석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NK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 국민에게 심리적 공포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처럼, ‘웃음 바이러스’를 전 국민에게 날마다 퍼뜨릴 수는 없는 걸까? 시청률이 가장 높은 뉴스 끄트머리에라도 ‘오늘의 웃음 폭탄’을 소개해 전국의 시청자들이 배꼽 잡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웃음 바이러스’ 영향력도 꽤 클 것이다. 대다수 방송사가 충격적인 특종 기사에 공을 들이듯이 특종 웃음거리에 공을 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매스컴을 통해 연일 퍼지는 ‘웃음 바이러스’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치유 효과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행복지수를 상당히 높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학적인 소설, 수필, 콩트, 드라마 쓰는 작가들도 많아져서, 가정마다 그런 종류의 책이나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즐기며 힘들고 지친 삶에서 신선한 활력을 되찾으면 좋겠다. 어떤 무명씨가 지은 유머를 짧게 재구성해 이 글을 마무리하며 독자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선사하고 싶다. 수업 시간에 모자를 쓰고 있는 학생에게 교사가 물었다.

"수업 시간인데 왜 모자를 쓰고 있나?" 학생이 교사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안경을 쓰고 계시죠?"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고 있지."

"저는 머리가 나빠서 모자를 쓰고 있는데요."

▶필자 : 1993년 월간문학공간 시인 등단, 시집 「문명의 처방전」(2019년 미국에서 출간), 2004년 뉴욕에서 세계평화문학상, 2019년 황금찬시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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