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
122분 / 멜로 /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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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기운이 가신 가을의 초입, 과거의 향수를 촉촉하게 적실 감성멜로 영화가 찾아온다.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0년 넘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온 두 남녀의 사연을 그린다.

 1994년 10월 1일,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 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 분)는 우연히 찾아온 현우(정해인)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행복한 나날도 잠시, 어느 날 현우는 제과점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 몇 년 뒤 제과점 앞에서 조우한 미수와 현우는 이메일 주소만 나눈 채 헤어지고, 또다시 언제가 될지 모를 재회의 날을 기다린다.

 3년 후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미수와 현우는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두 사람은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한다.

 영화는 소중했던 추억들을 소환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1990년대 처음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부터 IMF로 불안했던 청춘의 시절 그리고 2000년 밀레니엄, 보이는 라디오 시대의 개막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각자의 잊힌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게 만든다.

 공장 기계 소음을 들으며 사보를 만들던 20대 미수는 꿈과 한층 멀어진 제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고, 현우 역시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IMF 환란 속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1990년대 학번은 물론 요즘 젊은이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영화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토닥인다.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 감성이 향수를 자극한다. 추억의 PC통신 천리안부터 폴더폰, 옛날 도너츠 등 소품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주옥같은 명곡들의 향연도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세계적인 뉴에이지 아티스트 야니(Yanni)부터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콜드플레이의 명곡을 OST로 담아 귀를 황홀하게 만든다. 또 신승훈·이소라·루시드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핑클의 발랄한 음악이 적재적소에 흘러나와 귀를 사로잡는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아련한 첫사랑 연대기를 아름답게 그려 내 마음을 흔든다. 미수와 현우의 풋풋했던 첫 만남부터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을 깊숙하게 들여다보게 하며 설렘을 선사한다.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해야 했던 두 사람의 모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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