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수사본부장이 19일 오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수사본부장이 19일 오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당시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수사본부장(2부장)은 19일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A(56)씨의 DNA가 화성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5·7·9차 사건을 용의자가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차 사건 피해자 속옷에서는 A씨 DNA도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들은 범행 후 피해자의 속옷을 사용해 손과 발을 결박한 점, 농로나 야산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 등 범행 수법과 시신 유기 장소 등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A씨는 1994년 1월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1995년 10월 23일부터 24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수용자들은 생활 평가에 따라 1∼4급으로 나뉘는데, A씨는 평소 모범적인 수용생활로 1급 모범수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8일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를 찾아가 1차 조사를 벌였지만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 부장은 브리핑에서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이날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배경설명에서 "지금은 DNA 결과를 통보받은 상태로, 수사의 지극히 초기 단계"라며 "이제 수사전담팀을 27명으로 꾸려 용의자가 사건의 범인인지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006년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받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수사를 계속해 왔다.

 A씨의 DNA가 나온 3차례 사건과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내 DNA를 검출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A씨와 나머지 사건들과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의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특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화성지역 주민들은 "드디어 진범을 잡아 피해자들의 한(恨)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이냐"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봉담읍에 사는 이모(64·여)씨는 "아직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이란 단어를 들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당시 잔혹했던 범행 방식에 많은 여성들이 큰 공포감을 느꼈다"며 "이번에 진범이 반드시 밝혀져 숨진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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