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인류 역사와 함께 도시의 발달은 눈부시다. 특히나 한국전쟁 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은 대한민국의 경우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도시화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최근엔 그 도시 발달의 여파로 어느 곳이나 원도심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간다. 문제는 그 후유증이 원도심 지역에 위치한 학교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서히 기우는 가세(家勢)처럼 소리 없이 찾아 온 학교의 노후화와 공동화 현상은 이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본교는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학교다. 원래 인천지역은 서울에 인접해 인재 유출이 심해서 전국 대도시에 비해서 명문교를 자처할 수 있는 학교의 성장이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서 인천의 상징으로 명문교 전통을 유지해 오던 본교가 이제는 초라한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것이 안타깝다. 

유수한 동문들이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활약상이 들려올 때마다 그런 시절이 있었나 의심이 갈 정도이다. 

올해만 해도 본교 신입생 158명 중 3월 초에 10여 명이 전출가고 이제는 147명이 남았다. 학급당 20명이 채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운동부 학생들이 20명을 상회하고 있다. 

그나마 학교장을 비롯해 부장교사들이 학교 홍보에 나서고 동창회 장학재단이 발 벗고 나서 거액의 장학금을 투척하는 바람에 학생 이동이 약간 주춤한 현상이 백척간두에 선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학생 충원이 힘든 원도심 학교의 고충은 클 수밖에 없다. 올해 한 신입생과의 대화를 들어보자. 

그는 점심시간이면 학교 모퉁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보기에도 무언가 고민이 많아 보였다. "요즘 여기서 자주 보는데 이 자리를 좋아하나봐?" "아, 예, 그냥 답답해서 여기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요" "학교생활은 어때?" "학교는 생각보다 좋은 것 같은데 통학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힘들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한 시간 정도요" "통학하느라 고생이 많겠네?" "예, 그래서 전학을 갈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가 좋아서 선뜻 결정을 못해요" "그래. 고민이 많겠구나. 네가 이 학교의 주인인데 주인의 마음이 편치 않으니 샘도 안타깝구나." "교감 샘과 이렇게 대화하니 오늘은 마음이 좀 위로가 돼요" (…) 

그렇다. 그는 25지망에 해당하는 본교에 배정을 받은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곳으로 배정돼 원거리 통학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 이곳 학생들의 50% 이상 해당한다. 갈수록 이런 현상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도심 학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광역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고심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교육 관료들이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 원도심 학교의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약화되는 주민들의 영향력에 민감한 것이 그들의 본심이기 때문이다. 사심(私心)을 버리고 대승적인 견지에서 정책 수립이나 민원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하지만 더 이상 지금 상태로 머물 수는 없다. 

이제는 원도심 학교에 대한 관심과 과감한 투자, 정책적 배려가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건물이 낙후돼 각종 교육활동에 지장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지원이 갈수록 격감하고 있다. 교사도 근무지로 선택을 기피한다. 그래서 기숙형 공립고를 만들어 학생들의 편의를 제공하든지 많은 투자를 통한 시설 현대화를 이뤄 매력 있는 교육공간으로 학생과 교사를 유인해야 한다. 이는 한 가지 대책에 불과하다. 원도심 학교를 위한 다양한 정책 시행,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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