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9조4천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고교 무상교육 관련 법안들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주도로 지난 24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렇게 대놓고 국민 혈세를 정권획득의 수단으로 남용하다니 기가 막힌다. 당초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에 1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해 2022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도입 시기를 올 2학기로 6개월 앞당기고, 적용 순서를 3학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바꿔치기 해버렸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고3들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가 되는 것을 노린 선거용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급했으면 2024년 이후의 예산 대책은 마련조차 못했다 한다. 총선용 포퓰리즘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에 시도별로 배분된 ‘예타면제사업’만 134조 원이다. 60조 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될 내년도 예산안 513조여 원의 상당 부분도 선심성 지출로 채워져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문케어’는 시행 2년 만에 건보재정 적자로 전환, 본격적인 국민 부담이 시작됐다.

 포퓰리즘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지금의 아르헨티나를 보면 알 수 있다. 4년 전 기업인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포퓰리즘에서 나라를 해방시키겠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며 대통령이 됐다.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을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를 200만 개 이상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포퓰리즘에 취해 살아온 국민을 다시 깨우고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임기를 몇 달 남겨둔 상황에서 결국 그도 최저임금 인상, 빵·우유·설탕의 부가세 면제, 군인·공무원에 대한 보너스 등 다양한 선심성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싶은 유혹이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더 강력한 포퓰리즘을 내건 후보쪽으로 이동 중이다. 이렇듯 모두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의 함정이요, 본질이다. 2019 세계변호사협회 서울 연차총회에 참석한 아르헨티나 오캄포 교수의 "포퓰리즘 정권은 민주주의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독재와 파멸로 귀결된다"는 절규가 결코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루속히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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