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LG경제연구원이 소비와 투자 부진을 이유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8%로 하향 전망했다. 모건스탠리(1.7%)에 이어 국내 민간기업 연구기관에서도 처음으로 1%대 저성장 시대를 예견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여전히 2.5%로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충격적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정작 문제는 장기 전망도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2020년 2.5% 수준에서 2021~2025년 2.1%, 2026~2030년 1%대로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재 OECD 회원국 가운데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 한국이다.

소비 위축으로 저물가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실질 GDP 성장률을 뺀 GDP 디플레이터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저물가 상태다. 이렇듯 저성장·저물가 추세가 지속되면 저금리 기조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폴 크루그먼 경제학 교수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은이 제로금리까지 내리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은 좀비기업 확산이라는 동전의 양면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 32.3%로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3低 수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나로 요약된다.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구조조정 같은 특단의 조치들을 통해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최대한 돕는 것이 그것이다. 높은 진입장벽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재정을 풀어도 신산업과 혁신기업이 출현할 수 없다. 부실기업 정리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간경제의 활력도 되살아날 수 없다. 시장경제에 기반한 ‘정책 대전환’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지금 의존하는 재정지출은 불쏘시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작이 없으면 순식간에 타고 사라질 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