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와 거래하는 내국인 중개무역상은 지난 8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회 코리아뷰티앤코스메틱쇼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 제품이 출시된다고 해서 들른 인천 화장품 공동 브랜드 ‘어울’ 부스의 전시 제품 상표 위에 ‘어울’ 스티커를 덧붙였던 탓이었다.

부아가 치민 이 중개무역상은 "이런 물건을 어떻게 전시·판매할 수 있느냐"며 인천시 해당 부서에 항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상표 디자인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아 임시로 스티커를 붙였다. 9월 말께 새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였다. 지난주 이 중개무역상은 제품 출시 여부를 물었지만 허탕쳤다. 대답은 "11월께나 신제품이 나올 것 같은데요"였다.

올 5월 민간기업에 브랜드 독점 사용권을 주는 내용으로 운영 방식을 바꾼 ‘어울’이 삐걱거리고 있다. 새 운영사가 선정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새 제품을 출시조차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선급 지원비 2억여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지만 매출은 고작 1천만 원 정도다. 세븐일레븐을 통한 태국 진출 등 해외시장 개척은 하세월이다.

시와 인천테크노파크(인천TP)는 9월 25∼26일 제조사와 마케팅사를 포함한 어울 운영사 관계자 등과 연속 간담회를 열었다. 새 운영사 선정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데 따른 대책 마련 차원이었다.

새 운영사는 새 제품 출시 시기를 계속 미뤄 왔다. 당초 7월에서 9월로 늦추더니 또다시 11월로 연기했다. 6월 태국 6천600곳의 점포를 둔 세븐일레븐 측과 계약한 ‘어울’ 입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영사는 시 지원 4억 원 중 2억8천만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당겨 썼다.

시와 인천TP 측은 "어울의 독점 납품권과 제품 디자인 교체를 요구하는 세븐일레븐 측과의 협의가 길어져 새 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선(先) 제품 출시 후(後) 판로 개척였던 종전 방식을 제고량을 줄이기 위해 선 판로 개척 후 제품 출시로 바꿨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시와 인천TP 측의 설명에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제품이 나와야 마케팅을 하고 판로도 개척할 수 있지만 제품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계약을 맺을 바이어는 없다는 것이다.

시와 인천TP는 새 운영사가 출시키로 한 11월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1월을 넘기고도 새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새 운영사를 조치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견해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특약사항이 딱히 없어 새 운영사를 제재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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