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양도시이자 해양친수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시가 해안철책 철거의 첫걸음마를 뗐다. 하지만 시민의 품에 바다를 돌려주겠다는 시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철조망이 철거된 자리를 미관펜스가 대신하면서 바다는 시민이 아닌 바다 그 자체로 대상화되고 있다.

시는 여전히 국방부에 끌려다니고, 항만업계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에서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본보는 바다를 품어 보자는 시민의 열망과 추진력이 떨어진 인천시 상황을 살펴보면서 인천의 바다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단지 인근의 해안철책 모습. 철책 제거 대상지 중 하나인 곳으로, 시는 국방부와 감시장비 보강 후 4.17㎞ 구간을 개방하기로 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단지 인근의 해안철책 모습. 철책 제거 대상지 중 하나인 곳으로, 시는 국방부와 감시장비 보강 후 4.17㎞ 구간을 개방하기로 했다.

인천은 부평과 계양을 제외한 8개 군·구가 바다와 맞닿은 해양도시다. 하지만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은 바다를 품지 못하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안보를 앞세운 철책이 해안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해안철책선은 1990년대부터 안보를 앞세운 국방부와의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해안 일부 지역에서 철거가 진행됐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해 8월 국방개혁 2.0 과제로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국 해·강안 철책 약 300㎞를 전수조사해 불필요한 부분을 추가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 불편을 해소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는 의도다.

인천시는 이에 발맞춰 오랜 염원인 열린 바다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철거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12곳 총 49.8㎞에 달하는 철책을 단계적으로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전체 철책 67.3㎞의 74%에 달하는 것이다. 1989년 월미도 문화의거리를 조성하며 0.7㎞ 철책을 제거한 뒤 20년 만이다. 즉시 철거가 가능한 4곳 12.5㎞ 구간을 1단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연내 철거를 목표로 설정했다. 만석부두 및 남항 입구 3.4㎞와 송도물양장 인근 1.7㎞, 공항 인근 거잠포선착장 6.8㎞, 영종 삼목선착장 0.6㎞ 등 구간이다.

그러나 4분기가 코앞이지만 손도 못 대고 있다. 첫 사업은 감시장비 보강 후 철거구역으로 분류했던 남동인더스파크 해안도로 2.4㎞ 구간이다. 당초 국방부가 철거 조건으로 1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열 영상 감시 장비(TOD)와 폐쇄회로(CC)TV 설치를 요구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시가 자체 예산 9억 원을 들여 처음으로 철책을 걷어냈다.

시는 해양친수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군이 차지하던 공간을 돌려받은 상징성이 크다고 자평했지만 빈축만 사고 있다. 첫 사업부터 잡음이 나와서다. 철책을 걷어낸 자리에는 전체의 20%에 가까운 곳이 허리를 굽혀 좁은 틈으로만 바다를 볼 수 있는 차폐벽이 대신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11년 조성한 송도 LNG기지 입구 신항 바다쉼터에는 평일 낮에도 많은 낚시꾼들과 바다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쉼터 옆으로는 여전히 뾰족한 날을 세운 군 철조망이 남아 있고, 주차장 등 특별한 시설이 없는데도 시민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바다가 열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진수환(57)씨는 "인천시가 수십 년간 막혀 있던 바다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해 기대가 크다"며 "해양친수공간이라고 특별한 시설물이나 관광명소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내년에 태어날 손자는 열린 바다를 평생 즐기는 해양도시 인천의 시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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