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데모는 관(官)의 개입, 즉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개입한 데모를 말한다. 대개 데모는 특정단체나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관제데모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적극 개입해 특정시책 등을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거나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원동원’이라는 수단을 적극 ‘동원’한다.

지난달 28일 서초동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이 ‘관제데모’라며 애써 의미를 깔아뭉개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집회를 부추겨 국민을 둘로 갈라놨다는 요지의 논평을 쏟아냈다.

개별 의원들의 ‘촛불문화제 재 뿌리기’도 이어졌다. 민경욱 의원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오늘 검찰청 앞에서 관제데모의 끝판왕을 봤다"며 "진정한 국민의 분노가 뭔지는 10월 3일에 보여주마"라고 썼다. 일부 언론도 가세했다.

하지만 이번 촛불문화제에 관(官)의 개입이 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당(黨)의 개입도 없었다. 당연히 집회 참여자들을 동원된 지지자 집단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관이나 특정 정당 또는 집단이 동원한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였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집회 참가자들이 외친 ‘조국수호’나 ‘검찰개혁’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목소리를 마치 정형화한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만든 주물(鑄物)쯤으로 여기는 게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가. 자유한국당이 3일 예고한 집회를 앞두고 국회의원과 시·도당 위원장,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조직위원장)에게 내려보낸 공문 말이다. 공문에는 개천절 집회에 인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 지역별로 당원뿐만 아니라 민간 사회단체들까지 동원해 집회 전 참석 예정 인원, 집회 후 참석 인원을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지역별 할당 인원도 적시했다. 내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관제데모, 아니 ‘당제데모’라는 말은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쓸 수 있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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