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9월 20일 송도 G타워에서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개최된 인천 녹색기후아카데미가 있었다. 이번 주제는 ‘신선한 바람을 도시로 끌어들이자’였고 발표는 국토연구원 김선희 본부장이 맞았다. 김선희 본부장은 국토연구원내에서 친환경적인 국토개발 기법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베테랑 연구자이다. 

지금 시점에서 도시에 바람을 끌어들이는 ‘바람길’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발생원에서 저감해야겠지만 기왕에 발생한 미세먼지라면 바람길을 통해서 주변으로 분산시켜 시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자는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그런데 사실 바람길 이야기는 내가 대학원생이었던 20년 전에 유행했다. 물론 학계내에서 논의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유명한 사례지인 슈튜트가르트시를 방문해 그곳 공무원들과 토론도하고 자료도 받아보았으며 그들이 제시한 찬바람이 생성된다는 숲과 바람이 빠져나가는 도심과 하천변을 둘러봤다. 도시에 바람길을 열어줌으로써 대기오염물질도 확산되고 도심의 열섬화도 완화된다는 설명이었다. 당시에는 대기오염물질 확산도 중요했지만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관점에 방문자들의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는 참석자 중에 대기 전공자가 없어서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람길 이야기가 국내에 소개되고 20년 이상 흘렀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번씩은  들어 봤으나 대한민국의 현장과 외국의 사례가 일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일까, 더 깊은 고민과 실천 과정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심화되고 폭염일수가 증가하는 최근에 들어 바람길 이야기가 국책 연구기관에서 중요한 연구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실천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세먼지를 포함해 환경문제는 환경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즉, 다양한 분야가 함께 협력해서 노력해야 해결의 단초가 제공될 때가 많다. 이날 아카데미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주제가 미세먼지이고 환경문제이다 보니 환경 관련 전문가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만 참석해서 강의를 듣고 토론을 했다. 

국토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으로 환경문제보다는 국토개발, 도시개발, 공간계획을 주로 다룬다. 그곳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국토 공간계획을 다룬다는 것은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있어 반갑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사회에 살고 있는데,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우리가 오래 전에 인지한 선진 사례가 우리 사회에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수용력, 수용 속도가 늦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한국사회가 이렇게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수용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분야에서의 수용력이 높은 지는 잘 모르겠다. 환경분야에서 수용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경분야 전문가들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우리 도시와 국가의 환경에 부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야만 환경문제 해결에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산업혁명 이후 분업으로 성과를 높이는 시대에서 다시 통합의 시대, 협업의 시대로 나아가면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대안을 찾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협업의 DNA가 필요하다. 사실 나 자신도 협업이 번거럽고 귀찮다. 일정을 상의하고 만나고 서로 코드가 다른 사람과 지루한 토론을 해야만 하는 협업, 우리에게 협업의 DNA가 부족하다면 협업을 위한 분위기와 여건을 우리 도시가, 국가가, 사회가 만들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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