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진보 진영을 제외한 야당들은 공히 ‘고용의 질과 국가채무 비율, 빈부격차 악화’가 소주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인용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가 지금을 경제위기로 보고 있으며, 특히 48.9%는 그 원인이 정부의 경제정책(소주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청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1~2년 만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월등히 높다는 점 등 소주성의 필요성을 말하는 통계도 많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엄밀히 말해 임금주도성장이라고 칭하는 게 맞다. 진정한 의미의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다면 이렇게까지 참담하게 실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정부는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적 개선’ 없이 최저임금이라는 명목임금만 급격히 올렸다. 

이 급작스러운 정책 쇼크에 자영업과 한계 기업들은 고용감축으로,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은 해외투자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이유다. 결국 중산층은 더 얇아지고, 빈곤층의 가처분소득은 더 줄어든 반면 기득권 노조의 노동자 소득은 더 늘어나는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 한마디로 임금주도성장이 중산층을 없애고,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이다.

정말로 노동자의 빈곤 감소가 목표였다면 근로장려세제(EITC)에 집중했어야 했다. EITC는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입안된 반빈곤정책이다.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 없이, 저소득가구의 소득 향상 및 소득 불평등 해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반면 저임금만을 타깃으로 하는 최저임금제는 수혜 효과가 광범위하게 분산되고,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까지 감소하는 결함이 나타났다. 그런데 정부는 이 둘을 잡탕밥처럼 뒤섞어 버렸다. 지지기반인 기득권 노조의 이익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당연히 최저임금 카드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책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취사선택의 과정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니 경제실정과 국가채무 증가로 나라가 멍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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