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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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10.10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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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는 ‘인간은 사회적(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 했는데,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ubi societas ibi ius)’는 말도 있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규범이 법과 도덕이다. 그런데, 독일의 법학자 예링(Rudolf von Jhering; 1818~1892)은 ‘법과 도덕의 구별은 법철학에 있어서 케이프 혼(Cape Horn; 남미 끝의 곶 이름으로 부근 항해가 어려워 배가 많이 파선되던 곳)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법과 도덕의 구별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편,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Georg Jellinek; 1851~1911)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했는데, 법은 도덕을 기초로 형성된 것이며 법의 규율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법과 도덕의 가장 큰 차이는 강제성 유무에 있다. 법은 조직적 국가 권력에 의한 강제가 가능하지만, 도덕은 강제가 불가하고 그 이행은 양심에 맡겨진다. 한편, 법의 목적은 ‘정의(正義)’이고 도덕의 목적은 ‘선(善)’이다. 법의 특징은 외면성·양면성·타율성·상대성을 들 수 있고, 도덕의 특징은 내면성·편면성·자율성·절대성을 들 수 있다. 또한, 법은 합법성 여부를 중시하는 데 반해 도덕은 윤리성 여부를 중시한다.

지난 9월 초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던 와중에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표창장 수여 여부와 관련한 논란에서 "조국 딸에게 총장상 안 줬다", "교육자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교육자의 양심’을 운운했던 최 총장의 ‘교육학 석·박사’ 학력과 ‘단국대 수료’ 학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는 외부에 ‘단국대 수료’ 혹은 ‘단국대 졸업’이라고 학력을 밝혀왔지만, 사실은 ‘제적생’이었다고 한다. 20여 년 동안 대학 총장으로 재임해온 사람이 ‘고졸 학력’이라는 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기가 막혀 한다. 

아무리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진리와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행하는 교수가 그것도 대학의 최고책임자인 ‘총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허위 학력자일 수 있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에도 큰 책임이 있다. 아무튼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술한 기초 위에 서있는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서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이 아닌가 모르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입학 공정성 여부에 대해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자녀 입학사정 전수조사를 하는 쪽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는데(실제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참에 대학 교수 학력 허위 여부도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 학문의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진실성’을 중시해야 하고 타 직업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논문 대필 또는 외국 대학에서 엉터리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아마 꽤 있을 것이다. 

한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교육부에서 대입제도의 공정성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차제에 교원 임용제도 전반에 대해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독일의 사례처럼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써서 중·고등학교 교원에 임용되는 사례가 많고, 대학 교수 임용에 있어서도 돈을 쓰는 사례가 있다. 돈을 써서 교단에 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진리 탐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학생들에게 참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참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사회가 진실로 ‘살 만한 사회’가 되려면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하는데, 그보다 앞서서 ‘도덕재무장운동(MRA)’부터 벌여야 할 것 같다. 양심대로 생활하는 사람이 우대 받고 거짓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패망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나 교육과 학문의 영역에서 거짓이 활개를 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단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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