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퇴치 방법으로 살처분을 택하곤 한다. 닭, 오리와 같은 조류들이 걸리는 바이러스 전염병인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이 역시 살처분이다. 소·양·돼지 등 우제류에 발생하는 전염병인 구제역이 돌면 마찬가지로 매몰처분이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경기도내 양돈농가들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지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불안감에 쌓여 있다. 

그때마다 안타까울 뿐이다. 특단의 방역대책이 강구돼야 하겠다. 달리 방도는 없는지 전전긍긍하다가 때가 지나가면 이내 곧 잊곤 한다. 평소 방역이 중요하지만 모자라는 인력과 예산 탓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 

이번 돼지열병 감염 경로로 야생 멧돼지가 지목됐다. 당국이 멧돼지 퇴치 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넓은 산림지역에 산재해 서식하고 있는 멧돼지을 포획 사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의 산악지대에는 35만 여 마리의 야생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다. 야생 멧돼지 감시는 수렵 단체 관계자 등 모두 15명이 담당하고 있다 한다. 감시 업무만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인력이다. 포획 사살한다 해도 멧돼지 사체 처리 작업 또한 인력이 절대 부족이다. 

이번 국감에서 지적됐듯이 지난해 준공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있으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경로가 야생 멧돼지로 알려지면서 관리원의 역할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질병을 연구해 인체에 미치는 사항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관리원이 문을 열지 못하고 유명무실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의 지적대로 관리원이 정상적으로 출범했다면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누차 지적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사후약방문이다. 또다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겠다. 야생동물 질병 조사 관리를 담당하는 국립환경과학원 직원 7명에 비정규직 직원 8명을 더해도 절대 부족한 전문 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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