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이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25년을 끝으로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얽혀온 수십 년간의 논란과 고통의 악순환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말이다. 환경부를 포함,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매립지 4자 합의에 의한 새로운 대체매립지 선정 작업이 별다른 성과 없이 공전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인천시 자체로 친환경 매립지를 마련할 방도도 세워야 한다. 

2025년 직매립 제로화 대비, 그리고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을 개선·확충해야 하는 점도 숙제다. 그러니 인천시가 이번에는 폐기물 관리체계와 처리시설은 물론 자체적으로라도 쓰레기매립지 문제를 확실히 풀 요량인가 보다. 시는 지난 9월 30일 ‘자원순환 선진화 및 친환경 자체 매립지 조성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용역 착수보고회 자리에서 인천시는 오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비해 친환경 방식의 자체매립지 조성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구 목적에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발생시킨 쓰레기를 더 이상 인천이 받지 않겠다는 의도와 함께 인천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의지가 명기돼 있다. 

보고회 바로 다음 날인 10월 1일에는 인천시공론화위원회를 개최, ‘친환경 폐기물 관리 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을 안건으로 심의했다. 이 안건은 공론화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공론화를 추진할 첫 의제다. 뒤이어 인천친환경매립지를 주제로 시민참여 대토론회까지 진행했다. 일련의 행보는 중요 정책 결정에 앞서 각계 의견을 청취, 수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책당국의 책임과 전문가들의 역할 몫이 크다. 시민사회단체를 포함, 여론 전반은 인천시의 관련 행보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차제에 이견이나 갈등은 최소화하면서 탄탄한 공감대 속 지속가능한 폐기물정책이 기안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공론 과정과 갈등 관리로 최적의 해법이 도출될까, 무엇보다 그것이 곧 결론에 대한 시민 수용성으로 직결될까? 절차적 정당성이나 사회적 합의를 위해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동시에 그들 자체가 정책 결정을 담보하지는 않을 텐데 혹여나 어떤 의도를 갖고 설계된 과정이라면, 또는 행정편의적인 구조에 따른다면 그것은 억지스러울 뿐이다. 아울러 원하는 답과는 다른 과정의 전개나 결론 끝에 드러날지 모를 이율배반이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논란이 뜨거웠던 제주도 영리병원 공론사례, 현재 진행형인 인천 동구 수소연료발전소 건립에서 시사점을 인천시가 충분히 학습할 필요가 있다. 

 소기의 성과를 위해 조바심과 과욕, 일방성은 기피의 대상이다. 입장과 견해 차이, 다름이 편안하게 드러나고 존중돼야 한다. ‘허심탄회(虛心坦懷)’는 내가 편하게 말하고 싶을 때 쓰는 수사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열매를 맺는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니 논의 주체들 모두 충분히 공들일 일이다. 왜인가. 폐기물 처리에 실패한 도시에서 ‘쾌적한 생활환경’을 기대한다거나, ‘높은 삶의 질’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은 허망하다.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오늘의 곤란한 지경으로도 그러함을 안다.

흔적(폐기물)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역시 없다. 당연히 분뇨처리시설, 하수처리시설, 쓰레기소각장이나 매립지 등등이 그래서 존재한다. 비록 개인을 비롯해 집단의 선호와 편리에 상반, 갈등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그럼에도 폐기물 관리체계는 당장 우리 일상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와 미래에 직결된다. 관련한 시설들은 혐오시설 내지 기피시설이라는 꼬리표가 붙더라도 필수 사회기반시설이어서 그 도시에서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결론적으로 인천이기 때문에 가능한 폐기물 정책을 고대한다. 정책 당국의 허심탄회한 자세와 충분한 자료와 정보 제공, 지역사회 자원과 역량이 잘 버무려져 성공적인 정책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불편함에도 꼭 필요한 정책 결정이나 추진을 받아들이는 시민 수용성이 한층 높아진 결말을 희망한다. 공동 문제를 부단한 자구노력으로 풀어냄으로써 대안을 만들고 실현한 시민의 자부심은 값지다. 도시의 자산이나 다름없다. 사안에 얽힌 갈등관리와 통합의 모델, 성숙한 시민의식,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은 이후 중요한 푯대가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